[정숭호의 키워드] 박새-새 살려주면 복 받는다고?

입력 2017-05-3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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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코스카저널 논설주간

며칠 전, 우연히 박새 새끼 여섯 마리의 목숨을 구해 준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썼더니 여러 사람이 관심을 보이며 댓글을 달아줬다. 여태 써 올린 글 중 댓글이 가장 많이 붙었다.

‘고귀한 생명을 구했으니 대단하다’라는 건데, 어떤 친지들은 “박새가 박 씨를 물어와 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제비 다리를 고쳐 주고 팔자(八字)를 고친 흥부처럼 될 거라는 덕담이다.

그런 칭찬과 덕담들에 답글을 달며 시간을 보내는데, 대통령도 청와대 관저에서 딱새 새끼 여섯 마리를 돌보다가 하늘 높이 자연 속으로 날려 보냈다는 기사가 나왔다.

“어, 이 냥반도 여섯 마리네! 나랑 같네?” 대통령과의 이 ‘대단한’ 유사점-비슷한 시기에, 똑같이 새 새끼를 살렸으며, 마릿수까지 똑같다는 사실들-은 ‘에이, 이참에 복권이나 한 장 사 봐?’라는 생각까지 하게 했고, 그 꿈은 당첨됐을 때의 몽롱하지만 찬란한 공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나는 이 공상의 현실화를 시도하지 않기로 했다. 박새와 딱새의 차이를 알아보려 검색을 한 것인데, 원 세상에, 박새를 구해 줬다는 경험을 담은 블로그가 얼마나 많은지! 박새를 구해 주고 복 받을 수 있다면 5월 중순 아무 때 아무 숲속에만 들어가면 누구나 복 받을 기회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음은 그중 대표적인 것.

“공원에서 운동하는데 짹짹거리는 작은 생명체를 발견. 두고 가면 밟혀 죽을까 봐 옆 풀숲으로 옮겼으나 거기 두면 고양이가 물어 간다고 누가 말해서 집에 데려옴. ‘박둥이’라고 이름 짓고, 설탕물 면봉에 묻혀 먹이고, 계란 노른자도 으깨어 먹임. 며칠 후 발견된 곳 부근 둥지를 찾아 되돌려 보냄.”(5월 23일. ID ‘작은 봄빛’)

“주말 산책길, 참나무 숲 아래에 꼼지락거리는 박새 새끼 두 마리. 위를 보니 둥지가 보여 사다리를 빌려와 올려줬다. 둥지가 바람에 쉽게 흔들릴 것 같아 나일론 끈으로 묶어 주고 비가 덜 들이치게 나뭇가지로 덮어 줬다. 운동하다 갈비뼈를 다쳐 사다리를 오를 때 통증이 심했지만 참고 올랐다.”(5월 13일. ID ‘푸른뫼’)

이 밖에도 여러 블로그가 박새를 구해 줬다거나, 집안 이곳저곳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에 알을 깐 박새 부부를 돌봐 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모두 휴머니즘, 혹은 측은지심(惻隱之心)에서 비롯된 선행이었지, “복 받겠다”는 말 따위는 하지 않았다.

▲생명을 구한 박새 새끼들. (출처 ‘푸른뫼’ 다음블로그.)
▲생명을 구한 박새 새끼들. (출처 ‘푸른뫼’ 다음블로그.)

손바닥에 앉은 박새 사진과 함께 버릇까지 소개한 블로그도 있다. “길바닥에서 주운 날지 못하는 새 새끼는 대부분 박새이며, 새끼 박새가 떨어져 있는 것은 어미가 비행 훈련을 시키는 중이고, 따라서 함부로 주워 오면 안 되며, 주워 와도 반은 죽는다”는 글도 있다. 또 박새는 “아무 데나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워서 멍텅구리 박새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는 글도 보았다.

박새에 대한 블로그들을 읽으면서 나는 ‘이런 멍텅구리가 있나’라며 나 자신에게 한심함을 토로했다. 나는 아무 데나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멍텅구리 박새’ 새끼 여섯 마리를 구해 주고는 일찍이 흥부가 받았던 큰 복을 받아 볼까나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 ‘박 씨’ 운운하며 덕담을 해준 사람들도 조금 가여워졌다. 나를 위한 덕담이겠지만, 박새의 생태를 알았으면 하지 않았을 것이니까!

그렇다면, 딱새는? 딱새 역시 박새처럼 인가에 둥지를 튼다는 글은 좀 있었으나, 사람들이 살려 줬다는 이야기는 못 봤다. 딱새는 박새처럼 멍텅구리가 아니라는 증거인가? 딱새를 구해 주면 복 받을 확률이 클 거라는 유추가 성립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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