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신정부 기대감에 자산운용업계에 사회책임투자(SRI)펀드 바람이 불고 있지만, 국내 SRI펀드 절반 이상이‘자투리 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구성종목 역시 일정한 기준이 없어 삼성전자 등 대형주 일색이다.
31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국내 SRI펀드로 분류된 펀드 16개 중 11개가 운용규모(패밀리클래스 합산 기준 순자산) 50억 원 미만의 소규모 펀드에 해당됐다. 일명 자투리 펀드다. 금융감독당국은 관리·감독상의 어려움을 들어 자본시장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소규모 펀드의 조속한 청산을 촉구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 11개 펀드 중 4개는 운용규모가 ‘0원’인 깡통 펀드다. ‘대신배당주[자]3(주식)’, ‘알리안츠액티브SRI소득공제장기[자](주식)’, ‘신한BNPP퇴직연금SRI40[자]’, ‘대신배당주[자]5(주식)’ 등 4개 펀드의 경우 운용규모가 0원으로 청산 만을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지난해 말 운용의 어려움으로 SRI펀드 1개를 청산한 바 있다
운용규모 50억 원 이상인 SRI펀드들도 자산 구성내역을 들여다 보면 대형주 쏠림 현상이 심각해 본연의 취지에 의구심이 든다. SRI펀드는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하고 윤리경영을 실천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운용규모가 큰 ‘미래에셋3억만들기좋은기업K-1(주식)’(419억 원)은 SK텔레콤, POSCO, 하나금융지주, TIGER은행ETF(상장지수펀드), 삼성전기 등을 주로 편입했다. ‘NH-Amundi장기성장대표기업(주식)’(134억 원)의 경우 펀드 편입 비중이 삼성전자(22.52%)가 압도적이고, SK하이닉스, 롯데케미칼, KB금융, 현대중공업 순으로 많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출시된 어린이펀드와 마찬가지로 특정 섹터 펀드가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긴 어려울 것”이라며 “SRI 펀드는 딱히 규제할 기준도 없고 그래서 정체성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달 29일 SRI펀드를 선보인 하이자산운용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설정 한 달 후에나 펀드 구성종목을 공개할 수 있다”면서 “SRI 지수를 참고해 종목을 편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