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 봉?… 증시 활황 속 유증 나선 적자기업

입력 2017-06-01 10:20 수정 2017-06-0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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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 세종텔레콤 2025억 공시 후 주가 18% 떨어져… 구체계획 없이 무리한 자금조달 기존 주주들 피해

실적 부진에 빠져 있는 기업들이 활황장세를 이용해 대규모 증자에 나서면서 비난을 사고 있다. 실적 개선에 힘쓰기보다 주주들의 눈먼 돈을 이용해 연명하려는 기업들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텔레콤은 최근 자금조달을 위해 총 202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회사 측은 투자자들의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장 마감 후 공시를 냈지만, 18% 이상 급락한 주가는 보합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기업들이 ‘쉬운 자금조달’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전적인 한계 상황에서 사업적인 돌파구를 찾기보다는 유상증자를 통해 돈을 조달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말 그대로 주주들의 자의적인 투자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금융당국의 감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몇몇 적자 기업의 꼼수가 투자자의 피해로 직결되고 있다. 사업 부문에서 적자 해소가 어려운 기업들이 투자자의 주머니 속을 털어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탕진하면 또다시 증자를 반복하는 행태다.

실제 세종텔레콤은 올 1분기까지 지속된 저마진 구조에서도 이렇다 할 사업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과 2016년 영업이익 흑자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투자부동산의 손상차손 및 처분손실 등으로 순이익은 적자를 지속했다. 세종텔레콤은 7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신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가 밝힌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세종텔레콤이 현재 검토 중인 신규 사업들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주배정을 통한 자금조달 행위 자체는 자본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으로 전혀 문제될 바 없지만, 그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은 불공정거래가 수반된다면 문제가 된다”면서 “유가증권신고서 제출 후 금융감독원에 의해 자금의 사용 여부 등에 대한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기업들의 주가는 하나같이 급락 중이다. 12일 401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엔케이는 발행주식 총수의 60%가 넘는 주식을 증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주가가 20% 넘게 폭락했다. 또 대창솔루션, 자연과환경, 국보 등의 주가가 유상증자 공시 직후 하락했다.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기준가액보다 할인된 신주 발행가액이 새로운 투자자를 모으는 데 제격이지만, 기존 투자자에게는 큰 손실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면서 “일례로 2007년 해운업의 호황 속에 30만 원을 바라보던 대한해운의 주가는 2010년 10월 이후 유상증자를 거듭하면서 현재 3만 원 선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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