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등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1일(현지시간) 달러ㆍ위안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8% 하락(위안화 가치 상승)한 6.8090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위안화 가치를 지난해 11월 10일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린 것이다. 상승폭은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에 이날 상하이외환시장에서 달러화당 위안화 가치는 6.7830위안까지 오르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앞서 상하이시장에서 최근 4거래일간 위안화 가치 하락폭은 1.4%에 달해 2005년 7월 이후 최대폭의 하락세를 나타냈었다.
특히 이날 나온 5월 차이신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6으로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오히려 위안화 가치가 올라 투자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기준환율을 정할 때 전날 상하이시장 종가와 밤새 통화바스켓의 움직임을 고려한다. 지난주에는 거시경제 흐름을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경기대응 조정 요인’도 환율을 정하는 요소로 넣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정작 거시경제 흐름이 썩 좋은 것도 아닌데 위안화 가치가 오르는 것이다.
이에 트레이더들은 인민은행이 최근 수일간 국영 은행들에 위안화를 매수하고 달러화를 매도하도록 지시하는 등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위안화 가치가 그렇게 오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상하이의 한 트레이더는 “인민은행이 위안화 강세 유도를 위한 개입을 언제 끝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주 무디스의 전격적인 중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이후 위안화 약세에 투자자들이 많이 베팅할 것으로 예상되자 이런 움직임을 약화시키기 위해 개입했다고 분석했다. 외국 투자자들에게 중국 채권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는 풀이도 나왔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홍콩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본토 채권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채권퉁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위안화 안정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한 의지에 글로벌 은행들도 달러·위안 환율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은 연말 달러·위안 환율 전망을 종전의 7.25위안에서 7.05위안으로 조정했으며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7.10위안에서 6.95위안으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