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유섭의 좌충우돌] 대기업 계열사간 자금거래 감시망 세워야

입력 2017-06-0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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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차장

“부당한 내부거래 등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겠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 청문회를 통해 밝힌 각오다. 이는 김 후보자가 일감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가 오너의 부당한 부의 축적과 편법적 경영승계의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과거 사회적인 비판을 받은 대기업들의 경영승계 과정을 면밀히 보면 그 바탕에는 우리 사회가 조금은 납득하기 힘든 내부거래가 있었다. 상법은 특정인이 회사의 기회를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다. 특히 부당 내부거래는 시장주의와도 성격을 달리한다. 회사의 주인이 주주라고 하면 회사의 기회는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만큼 동등하게 배분돼야 한다. 하지만 오너 경영체제에서는 총수 일가가 그 기회를 다른 주주 모르게 독점을 하게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는 다른 주주들에 대한 착취나 다름없다. 오너는 최대주주로서 소액주주들의 이익까지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경영을 위한 의사 결정의 독단성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회사 기회를 독점할 자격은 없는 셈이다. 최대주주는 자신의 지분만큼만 가져 가야 한다. 현행 법률뿐만 아니라 시장주의적인 입장에서도 오너 경영체제 하의 대기업에서의 부당내부 거래는 반듯이 근절돼야 한다. 하지만 법망의 허술함을 이용한 법의 취지를 비웃는 편법적인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사실상 비일비재하다. 계열사 간 자금거래가 대표적이다. 상품과 용역 거래 등의 경우 독점적인 사항이 아니면 시장가격이 형성이 돼 있고 일반적인 이익률을 산출하기 쉽다. 부당한 지원성 내부거래임을 밝히기가 비교적 쉬운 셈이다. 하지만 자금거래는 성격이 조금 달라진다. 대기업의 부당 자금거래는 공정거래법과 법인세법으로 규제를 하고 있다. 우선 법인세법은 가중평균금리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돈을 빌려주는 계열사가 돈을 빌리는 다른 계열사의 부채들의 평균 금리보다 낮게 빌려주면 안 되는 셈이다. 공정거래법은 법 규정으로 부당 자금거래를 금지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장 고시를 통해 부당 내부거래 심시지침을 내놓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심사지침은 정상금리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정상금리는 돈을 빌리는 회사가 시장에서 통상적으로 같은 규모의 자금을 빌릴 때 적용될 수 있는 이자라는 것이다. 정상금리를 적용하기 힘든 사례의 경우에는 국세청이 고시하는 금리를 적용해 불법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만약 시장, 즉 은행권 등으로부터 돈을 빌리지 않고 계열사 돈만으로 자금을 운영하는 회사가 있다고 하자. 아무리 부실 계열사라고 해도 저리에 빌려줘도 이렇다 할 규제 방법을 찾기가 힘들다. 이런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지침에 있는 정상금리를 적용하기 힘들다. 국세청 고시 금리를 적용한다고 해도 시장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부실계열사에 대한 다른 계열사의 자금지원의 부당성을 판단하기는 힘들어진다. 정작 시장에서 없어져야 하는 부실 계열사가 좀비처럼 살아가며 우량 계열사의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부작용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이런 법적인 맹점은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의 자금 마련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다. 새로운 정부는 대기업 간 자금거래에 대한 감시망을 좀 더 촘촘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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