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성격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카카오의 지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2014년 500편의 고전 동영상 샘플인 ‘고전5미닛’을 들고 카카오 김범수 의장을 만나게 된다. 평소 인문학과 인문정신의 중요성에 동감해 온 김 의장이라면 무조건 이런 도전을 지원해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카카오의 안정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500편의 고전에 대한 5분 동영상이 제작되었다. 많은 이들의 호평에 용기를 얻은 저자는 30편을 골라서 영상과 원고를 텍스트로 묶어 이 책을 제작했다.
필자는 유익한 만화를 읽는 기분이 든다. ‘너무 짧지 않은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동영상을 책 위에 펼치면 ‘이렇게 책이 만들어질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짬짬이 혹은 이동하는 길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고전 산책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
이 책에는 알 만한 저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9장으로 구성된 책에는 노인과 바다, 그리스인 조르바, 이반 일리치의 죽음, 여자의 일생, 죄와 벌, 파우스트, 지킬 박사와 하이드, 어둠의 심연 등 모두 30편의 작품이 소개되어 있다. 책 제목만 대도 꼭 읽어봐야 하지만 읽지 못한 책일 수도 있고 제법 읽어봤던 책일 수도 있다. 영상이 책 위에 펼쳐지면 ‘아~’ 감탄사가 절로 터질 것이다. 다만 책 읽기에 잘 단련된 사람들은 너무 짧은 내용 때문에 ‘이렇게 압축해도 되나’라는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겠다.
1장 ‘인생이란 바다 헤쳐가기’의 첫 소개 작품은 어니스트 헤밍웨의 ‘노인과 바다’이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 않는다”라는 작품 속 가장 인상적인 문장으로 책은 시작된다. “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평생 고기잡이를 해온 노인이었다. 여든 날하고도 나흘이 지나도록 한 마리의 고기도 낚지 못했다”라는 첫 문장이 소개된다. 책의 뒷면에는 영상을 고스란히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그림이 두 페이지에 걸쳐 나온다. 저자의 짧은 해설과 작품 속 명문장이 소개된 다음 QR코드가 있다.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텍스트를 읽고 난 다음에 다시 QR코드를 이용해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반 일리치의 삶은 지극히 평범하고 순탄했고, 그래서 끔찍했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 문장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가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 “우리의 생명이 다하는 날, 죽음으로 향하는 여정을 보다 평화롭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았던 기억 그리고 연민과 위로로 가득 찬 보드랍고 따뜻한 손길이 아닐까?”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명문장은 무난하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것을 최고로 치는 세상 사람들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삶, 살면 살수록 생기가 빠져나가는 삶. 나는 내가 산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나도 모르게 조금씩 내려오고 있었던 거야.”
고전문학의 맛보기를 짧은 시간에 경험해 보기 원하는 사람이 읽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