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여기] 국정농단 여인들의 ‘악어의 눈물'

입력 2017-06-0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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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차장

흔히, ‘눈물’이라면 남자보다 여자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남자가 나이 들면서 눈물이 많아지는 것이 남성호르몬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등장하는 핵심 인물들이 성별로 따지자면 여자가 주축이다 보니, 언론 보도에 유독 ‘눈물’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박근혜 독방 앞에서 눈물… 교도관들 “이러시면 안 된다”며 들여보내’, ‘검찰에 간 그날, 박근혜는 격분하며 눈물 흘렸다’, ‘최순실, 눈물의 고백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서게 한 제가 죄인”’, ‘징역 7년 구형에도 꿈쩍 않던 최순실, 정유라에 눈물 펑펑’, ‘조윤선의 눈물 “블랙리스트 존재는 알았지만…”’, ‘“여러 사람 상처·허탈감 준 것 반성”… 정유라 눈물 호소’ 등등.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는 그녀들의 눈물 소식(?)은 이런저런 생각, 혹은 감상을 뛰어넘어 감정의 변화까지 불러일으킨다. 눈물이란 것이 슬픔과 기쁨이란 생성의 차이만 있을 뿐, 상식적으로 ‘진정성’으로 대변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정반대도 있다. 가식이다. 서양에서는 흔히 ‘악어의 눈물’로 표현한다.

악어는 먹잇감을 앞에 두고 소화액을 대신해 눈물을 흘린다. ‘위선자의 눈물’이다. 차마 눈물이 소화액이라는 것을 모른 채 그 눈물에 속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때 언론을 향해 눈물을 흘렸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약속하는 ‘눈물의 서약’이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조작된 눈물로 판명됐다. 청와대 참모들은 박 전 대통령에게 눈물을 보일 것을 조언했다. 대국민 호소력을 위해 세월호 참사를 감성적으로 악용한 것이다. 명백한 ‘악어의 눈물’이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진상조사를 방해하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대못을 박았다. 이후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든다”는 명언(?)을 남겼던 대국민담화에서도 눈물이 소품화됐다.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응하겠다”는 이날의 약속은 이후 자취를 감췄다. 권력자의 눈물이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박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 최순실 씨의 눈물 또한 최근까지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한 옥중조서가 공개된 지난달 20일 최 씨는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을 변함없이 존경한다”며 눈물까지 흘렸다. 이 같은 태도는 박 전 대통령과의 재판을 목전에 둔 터라, 진정성에 의심을 받았다.

최근 그의 딸 정유라 씨의 구속영장(拘束令狀)이 기각되자, 그녀의 눈물이 주목을 받았다.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아기 키울 사람이 나밖에 없고, 엄마까지 구속돼 있다”며 울면서 호소한 것이 기각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강제송환(强制送還)되던 날, 그녀의 모습은 어땠는가. 미용용 서클렌즈를 착용하고 나타나 기자들의 질문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검찰에 도착하는 차 안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악어의 눈물’도 흘렸다.

정 씨의 거짓과 기만의 가면을 낱낱이 벗겨 내리라는 열망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이유이다. 정 씨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남은 의혹을 풀 열쇠를 쥔 인물이다. 구속영장 기각 후 어떤 이유로도 정 씨에 대한 수사가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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