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벤처 녹십자셀이 개발한 항암제 ‘이뮨셀엘씨’가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다국적제약사들이 장악한 국내 항암제 시장에서 국내기업이 개발한 항암제 중 유일하게 매출 10위권에 진입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다.
8일 의약품 조사 기관 IMS헬스에 따르면 녹십자셀의 이뮨셀엘씨는 지난 1분기 69억원의 매출로 전년동기대비 154.9% 증가했다.
이뮨셀엘씨는 간세포암 제거술(수술, 고주파절제술, 경피적에탄올 주입술) 후 종양제거가 확인된 환자에서 보조요법으로 사용하도록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여기에서 보조요법은 국소 종양을 수술이나 방사선요법으로 치료한 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몸 안에 남아 있는 미세한 암세포의 성장을 방지(재발 방지)해 치유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하는 항암 화학요법을 말한다.
이뮨셀엘씨는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체 항암제 중에서 매출 10위에 랭크됐다. 국내업체가 개발 중인 항암제 중 유일하게 톱10에 진입했다.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제품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항암제 시장에서 국내 바이오벤처가 개발한 제품이 상위권에 오른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현상이다.
지난 1분기 국내 시장에서 판매 중인 항암제 중 로슈의 ‘허셉틴’이 239억원의 매출로 1위를 차지했다. 로슈 ‘아바스틴’, 노바티스 ‘글리벡’, 머크 ‘얼비툭스’, 사노피아벤티스 ‘엘록사틴’, 로슈 ‘맙테라’,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레블리미드’, 화이자 ‘젤코리’, 노바티스 ‘타시그나’ 등 다국적제약사의 걸출한 신약 제품들이 항암제 매출 1~9위에 올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국적제약사의 항암제 기술력이 국내업체보다 월등히 뛰어난 탓도 있지만 암이 생명과 직결된 질환이라는 점에서 의료진들은 검증된 다국적제약사 제품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국내제약사는 '선플라', '캄토벨', '슈펙트', '리아백스' 등 총 4개의 항암
제 신약을 내놓았지만 아직 연 매출 100억원을 한번이라도 넘긴 제품은 없다.
이뮨셀엘씨는 지난 2014년까지는 분기 매출이 10억원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2015년 1분기 1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매출이 급상승했다. 이뮨셀엘씨는 지난 2012년 옛 이노셀이 녹십자에 인수된 이후 녹십자가 이뮨셀엘씨의 영업을 진행하면서 시장에서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회사 측은 "이뮨셀엘씨가 치료 현장에서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매출도 상승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분기 이뮨셀엘씨의 매출은 녹십자셀의 개별 매출 33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녹십자셀이 이뮨셀엘씨를 녹십자에 공급한 이후 녹십자가 판매하는 성격상 녹십자셀의 자체집계 매출보다 시장 조사 매출이 많을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녹십자셀은 2분기부터 이뮨셀엘씨의 직접 영업을 진행하며 ‘자립 경영’에 돌입했다.
녹십자셀은 녹십자와 체결한 CT(Cell therapy) 영업 양수 계약을 통해 녹십자에 넘겼던 이뮨셀엘씨의 영업권을 78억9200만원에 사들였다. 앞서 녹십자셀은 지난 2012년 녹십자에 인수된 이후 녹십자에 이뮨셀엘씨의 국내 판권을 62억원에 넘긴 바 있다.
녹십자셀 관계자는 “이뮨셀엘씨의 사용 경험이 늘어나면서 시장에서 신뢰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이뮨셀엘씨의 직접 판매를 시작함에 따라 매출은 더욱 상승세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