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28. 요석궁 공주(瑤石宮 公主)

입력 2017-06-08 10:24 수정 2017-06-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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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 大學者 설총 낳고 기른 어머니

요석궁 공주(瑤石宮 公主)는 통일신라 시대 대학자인 설총(薛聰)의 어머니이다. 이름은 전해지지 않고 요석궁에 살고 있던 공주라고 해서 궁호(宮號)를 이름처럼 칭하고 있다. 태종무열왕 대에 요석궁에서 살며 공주로 칭해졌다는 점에서 태종무열왕의 딸로 보기도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요석궁 공주는 승려인 원효와의 사이에서 설총을 낳았다. 두 사람은 정식 혼인 관계는 아니었다. 요석궁 공주는 다른 사람과 혼인했다가 과부가 되어 요석궁에서 혼자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원효가 거리에서 이상한 노래를 부르며 다녔다.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주겠는가? 내가 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바치겠다”라는 노래였다. 사람들은 그 뜻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태종무열왕이 원효의 의중을 알아챘다. “이 스님이 아마 귀부인을 얻어 훌륭한 아들을 낳고자 하는 것 같다. 나라에 뛰어난 인재를 얻게 되면 그보다 더한 이로움이 없을 것이다”라고 하고는 궁중의 관리에게 원효를 찾아서 요석궁으로 맞아들이게 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궁중의 관리가 왕의 명령을 받들어 원효를 찾아다녔다. 원효는 남산에서 내려와 문천교(蚊川橋)라는 다리를 지나다가 궁중의 관리를 보더니 일부러 다리에서 떨어졌다. 다리 아래에는 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옷이 흠뻑 젖은 것을 본 궁중 관리는 요석궁으로 가서 옷을 벗어 말리라고 하였다. 그래서 원효는 요석궁에서 묵게 되었고, 이후 요석궁 공주에게 태기가 있더니 설총을 낳았다.

설총은 나면서부터 총명하고 재주가 뛰어났다고 한다. 경전과 역사에 통달하였고, 우리말로 중국의 경전을 해석하고 제자들을 가르쳐 후대 학자들의 종주(宗主)가 되었다. 설총은 신라십현(新羅十賢)의 한 사람이요, 강수(强首) 최치원(崔致遠)과 더불어 신라 삼문장(三文章)의 한 사람으로 손꼽히고 있다. 원효가 노래에서 말한, 나라를 떠받칠 만한 인재가 된 것이다.

설총이 뛰어난 학자로 성장한 것은 어머니 요석궁 공주의 힘이었다. 원효는 설총을 낳은 뒤 환속을 하였지만 가정에 안착한 것은 아니었다. 원효는 스스로 소성거사(小性居士)로 부르며 여러 촌락을 다니면서 포교활동을 하였다. 그러다 보니 설총을 낳고 기르는 일은 오로지 요석궁 공주의 몫이었다.

뿐만 아니라 요석궁 공주는 사회적 통념으로부터 자유로웠다고 할 수 있다. 요석궁 공주는 과부가 되어 혼자 살고 있는 상태에서 사적인 관계를 통해 아이를 낳고 길렀다. 게다가 그 상대는 승려였다. 원효는 육두품(六頭品) 출신이기도 했다. 골품제가 엄격했던 신분제 사회에서, 왕실 출신의 공주로서 신분의 격차를 전혀 개의치 않았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학문에 큰 영향을 끼친 설총이 태어나 신라의 대학자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적 통념에서 자유로웠던 어머니 요석궁 공주 덕분이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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