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파워엘리트] 이낙연 총리, 여야·계파 초월 두터운 인맥… 휴대폰 저장된 지인 1만5000명

입력 2017-06-08 11:01 수정 2017-06-0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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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박지원·이주영 등 두루 친분… ‘평일 국회·주말 지역구’ 계파색 엷어

▲이낙연(왼쪽) 신임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만나 악수하며 키를 낮추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
▲이낙연(왼쪽) 신임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만나 악수하며 키를 낮추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

문재인정부 초대총리인 이낙연 국무총리의 대표적인 별명은 ‘엄지족’이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한 인맥관리가 생활화됐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2004년 박준영 전 도지사가 전남지사 선거에 출마했을 때 선거대책위원장 중의 한 사람으로 찬조연설을 다니다가 그만 목이 상해 성대결절 수술을 했다. 그때 말을 못하게 되자 문자메시지로 의사소통을 하게 된 것을 계기로 문자메시지 ‘달인’이 됐다. 60대 중반임에도 한 손으로도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신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총리는 기자 출신인데다 평소 주변을 잘 챙기는 성격 덕분에 다양한 인맥을 자랑한다. 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지인만 1만5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페이스북 팔로워만 2만5000명 가까이에 이른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이 총리의 신조가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의 자양분이 됐다. 동료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젠틀맨’으로 통할 정도로 말을 앞세우지 않고 들어주는 것도 주변에 많은 사람을 둘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 총리는 정치권에선 특히 온건하고 합리적인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언론인 출신으로 4선 의원을 거쳐 전남지사에 오를 때까지 당과 계파를 떠나 정치인들과 두루 인연을 맺어왔다.

일각에서는 손학규 전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장이 민주당 대표를 지낼 때 사무총장을 맡아 ‘손학규계’로 분류하기도 했지만 사실상 계파 색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맡았지만 2002년 대선 직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분당할 때 민주당에 남아 친문(친문재인)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2012년 18대 대선에 출마했을 때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인연이 있다. 이 때문에 민주 진영에서는 친노·비주류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온건 성향의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이 총리의 국회의원 시절 4년여 간 비서관과 보좌관으로 일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양재원 전 보좌관은 “의원 시절 평일에는 국회 업무를 하고, 주말에는 지역구를 챙기느라 계파활동이나 사모임을 즐기지 않았다”면서 “국회의원들과는 두루두루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손학규 전 대표와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깊지만 또 손학규계라도 보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18대 국회 때 개설됐던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에서 활동하던 의원들과는 ‘모임’이라는 틀 안에서 촘촘한 인맥을 쌓아왔다. 당시 통합민주당 의원이던 이 총리는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과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과 함께 미래한국헌법연구회를 결성했고 공동대표를 맡아 개헌논의를 주도하면서 막역한 사이가 됐다. 연구회에서 함께 활동하던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과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주영 의원과는 서울대 법대 70학번 동기로 매우 가까운 친구사이다. 이 의원과는 졸업 후 판사의 길로 이낙연 의원은 언론계로 진출했으며 국회의원이 돼서도 당도 달랐지만 끈끈한 우정을 이어왔다. 3선 이상 중진의원 중에서는 의정 활동 같이 했던 민주당 강창일 의원,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 등 호남 의원들과 주로 친분이 있다. 바른정당의 박인숙 의원과는 이 총리 조카의 선천적 심장질환을 치료해 준 인연을 계기로 교류를 맺고 있다.

한국과 일본간 의원외교를 통해 한일 양국관계의 현안 해결에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한일의원연맹도 그가 드물게 활동한 모임이다. 이곳 활동을 통해서는 과거 회장을 역임한 6선의 민주당 문희상 의원과 각별한 친분을 쌓고 있는 중이다.

동아일보에서 21년간 기자생활을 하던 이 총리를 정치권으로 이끈 이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이 총리는 정치부 기자 시절 ‘동교동계’로 불리는 옛 민주당을 출입하면서 김 전 대통령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1987년 6·29 선언으로 사면복권되자 밀착취재를 담당했는데, ‘최대한 가까이 붙으라’는 회사의 지시에 사실상 24시간을 함께했다. 심지어 김 전 대통령이 차에 오르기도 전에 차에 먼저 타 있을 정도였다. 지난 2009년 이 총리는 지인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DJ와 관련된 나의 경험은 책으로 써야 할 정도”라며 “내 삶은 DJ를 빼고 설명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평소에 “아버지 다음으로 존경하는 분이 DJ”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이 총리는 취임 사흘째인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만나 “인생의 고비마다 김 전 대통령이 함께 계셨다”며 “동교동 자택에서 김 전 대통령과 매운탕을 먹을 때 당신 국에 있는 생선을 떠주고, 대선 유세 때는 승용차에 먼저 타 있어도 이해해 주셨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지일(知日)파 인사로도 유명하다. 동아일보 기자 시절 1990년부터 수년간 도쿄특파원을 지냈으며 한일의원연맹의 부회장과 간사장을 오랜 기간 역임해 일본 사정에 밝은 ‘일본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은 그의 총리 임명 보도가 나가자 “일본 정계에 두터운 인맥을 가지고 있으며 2014년 전남도지사로 당선된 후에도 일본 고치(高知)현을 시작으로 일본 지자체와의 교류에도 힘써왔다”며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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