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반도체 설비 투자 규모에서 올해와 내년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의 맹추격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8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는 전년대비 75% 증가한 146억 달러(약 16조4000억 원)에 이를 것이며, 내년에는 150억 달러(약 16조8000억 원)를 기록해 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한국이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에서 1위를 할 수 있었던 주된 요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 증가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C 인사이츠는 최근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설비 투자에 약 145억 달러(약 16조2400억 원)를 지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만 반도체에 5조 원의 시설투자를 집행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기흥과 화성에 각각 시스템 반도체와 D램 공장을 운영 중인데 이번 평택(낸드플래시) 공장을 통해 꿈의 반도체 3각 거점을 구축했다. 이에 더해 기흥과 화성에 시스템 반도체와 D램 공장을 증설하는 한편, 중국 시안 투자도 고려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올해 7조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투자금은 10나노급 D램 양산과 72단 3D 낸드 전개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특히 낸드플래시에 투자를 집중, 하반기부터는 72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할 방침이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사상 최대치로 설비 투자비를 끌어올린 요인은 두 가지다. 우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가격이 치솟는 ‘슈퍼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이익이 늘어나자 투자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또 올해부터 2D에서 3D 낸드플래시 양산 전환 체제로 접어들면서 3D낸드 기술 개발과 시장 확보 경쟁에 뛰어 들고 있다.
중국의 추격도 무섭다. 중국은 내년 설비투자액이 전년 대비 68% 급증한 115억 달러(약 13조 원)를 기록, 대만을 꺾고 세계 2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업체들의 시설투자는 아직 초기 단계라 설계와 공장 외관 건설 수준이지만, 본격적으로 장비를 들여오는 내년 이후부터는 시설투자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