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캠프와 러시아 정부의 내통 의혹인 러시아게이트 관련 세기의 청문회가 열렸다. 트럼프에 의해 지난달 전격적으로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 게이트와 이에 대한 트럼프의 수사 중단 압박과 관련해 다양한 내용을 폭로했다.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8일(현지시간) 연 청문회에 참석한 코미 전 국장은 2시간 반에 걸쳐 트럼프 정부의 자신에 대한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가 사법방해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면서 새로 임명된 특별검사가 이를 검토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게이트의 몸통으로 간주되는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을 지시했다고 증언했으며 트럼프가 양측이 논의한 것에 대해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로 대통령과의 대화를 상세히 기록했다고 밝혔다.
코미는 이날 지난 2월 플린이 사임한 지 하루 만에 트럼프와 만났을 때를 상세하게 털어놨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은 좋은 사람이다. 그냥 이 사건을 놔두자라고 말했다”며 “나는 이를 플린 수사 중단 지시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의 이런 요청은 매우 충격적이었다”며 “미국 대통령이 나와 독대하면서 (플린을 놓아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코미는 “다만 트럼프의 메시지가 ‘명령’은 아니었다며 러시아 게이트 수사 전반에 대해서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자신이 트럼프와 대화 내용을 상세하게 메모로 남긴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회동에 대해 거짓말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며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정부 때는 대통령과의 사적 대화를 기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코미 전 국장은 지난달 뉴욕타임스(NYT)가 2월 트럼프와 자신의 회동 내용을 폭로한 기사와 관련해 “내가 직접 친구 중 한 명에게 메모를 기자와 공유하라고 부탁했다”며 “이렇게 하면 특검이 임명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코미는 이 친구가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로 있다고만 언급했으나 미국 언론들은 코미가 2013년 이 대학에 잠시 몸 담았을 때 함께 근무한 대니얼 리치맨이라고 전했다.
코미는 지난달 9일 트럼프가 자신을 갑자기 해고한 것에 대해 “지도력 부족 등 해임 이유는 거짓말”이라고 단언하면서 “정부는 나와 FBI를 비방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아울러 코미는 “지난 1월 저녁식사 자리에서 트럼프가 자신에게 충성 맹세를 요구해 매우 당황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트럼트는 국장 자리에 계속 있고 싶으냐고 물어봐 임기보장 요청을 들어주는 대가로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