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운드화가 조기 총선 출구조사 여파로 8일(현지시간) 2% 가까이 급락했다. 총선 출구 조사 결과 집권당인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서 파운드화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8시 30분 현재 전일 대비 1.95% 하락한 1.2706을 기록하고 있다. ING의 비라이 파텔 애널리스트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운드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확정되면 파운드는 1.24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헝 의회는 어느 정당도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는 의회 상태를 일컫는다.
미즈호인터내셔널의 피터 채트웰 애널리스트는 “영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져 파운드화 역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출구 조사가 현실화한다면 작년 미국 대선처럼 예측이 빗나가는 것”이라며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아닌 소프트 브렉시트가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선 전 대부분 여론조사기관은 보수당과 노동당 간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긴 했으나 보수당이 과반을 확보할 것이라고 점쳤다. 만약 출구 조사 결과대로 집권당인 보수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테리사 메이 총리가 천명한 하드 브렉시트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드 브렉시트는 EU 단일시장과 관세 동맹을 떠나는 동시에 이민자 유입도 통제하는 강경한 브렉시트 노선을 말한다. 반면 소프트 브렉시트는 영국이 EU 단일 시장에 접근권을 유지하는 방식을 뜻한다.
한편 파운드의 급락에도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노무라인터내셔널의 요르단 로체스터 애널리스트는 “2015년 영국 총선 출구조사 초기 때 보수당이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고 발표됐으나 결과적으로 보수당은 과반을 획득하는 승리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또 노동당이 브렉시트를 주도하면 영국이 EU 단일 시장에 남아있을 확률이 높아지고 그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파운드화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