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장·차관 인사가 7부 능선을 넘어서면서 다음으로 대규모 공공기관장 인사가 예고되고 있다. 새 정부의 인사 키워드가 ‘개혁’인 만큼 산하기관장 인사도 대거 물갈이가 이루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1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 등에 따르면 332개 공공기관에서 올해 안에 임기가 종료되는 기관장은 69명이다. 임기를 마쳤지만 후임자가 선임되지 않아 직을 유지하고 있거나 공석인 곳까지 합하면 100여 명의 기관장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공공기관 3곳 중 1곳은 올해 기관장이 바뀌는 셈이다.
이에 더해 전 정부에서 내려온 이른바 ‘낙하산 인사’들이 남은 임기와 상관없이 교체 대상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해 12월 9일부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올해 5월 9일까지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에서 47명에 이르는 신임 공공기관장을 대거 임명한 바 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국정 공백을 틈타 기관장 자리에 오른 인사들을 교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동안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정철학을 공유할 공공기관장도 대폭 물갈이 해왔다. 주요 기관장들은 새 정부의 압박으로 일괄사표를 제출하거나 자진사퇴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법으로 정해진 임기를 보장하지 않고 전문성을 떠난 ‘보은성 인사’가 만연해, 기관의 독립성과 업무 연속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지적을 피하면서 낙하산 인사 교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달 나오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인 E등급은 물론 C, D등급을 받은 기관장들도 사퇴 명분을 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최근 감사원이 전 정권 말기 단행된 낙하산 인사 등 50여 개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기관장 교체 규모는 예상보다 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