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치킨 프랜차이즈 회장의 일탈이 낳은 또 다른 피해

입력 2017-06-1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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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차장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이다. 교양이 있고, 수양을 쌓은 사람일수록 겸손하고, 남 앞에서 자기를 내세우려 하지 않아야 한다.

최근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서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성공 신화로 유명한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회장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최 회장은 가맹점이 800호, 900호, 그리고 1000호점을 돌파할 때마다 사랑의 쌀을 기증해 왔고, 복지시설 후원 등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최 회장은 2015년 서울 강남 한복판에 300억 원대의 빌딩을 매입해 ‘호식이타워’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포털 실검에 오른 이유는 사랑의 쌀 기증도 아니고, 사회공헌활동과도 전혀 무관한 여직원 성추행 논란이다.

최 회장은 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인근 일식당에서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당시 여직원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당한 후 호텔 로비에서 지나가던 여자 3명의 도움으로 벗어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사(社)측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고, 최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그런데 최 회장의 성추행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뜻하지 않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 것이다.

바로 호식이두마리치킨 가맹점과 사건의 피해 여성을 도운 또 다른 여성이다.

우선, 최 회장의 일탈은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사업 특성상 소비자의 불매운동은 최 회장 개인이나 호식이두마리치킨 본사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대신 1000곳이 넘는 가맹점주가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실제 일부 가맹점주들은 최근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독감(AI)으로 인해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사 회장의 불미스런 사건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애가 타는 가운데 회사만 바라보고 있다. 한 가맹점주는 “만약 어떤 가맹점이 잘못했을 경우 본사는 이미 그 가맹점을 문 닫게 했을 것”이라며 “본사 차원에서 가맹점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특별 대책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해는 가맹점주뿐만 아니다. 당시 피해 여성을 도운 여자 3명 중 한 명인 주부 김모 씨는 이른바 ‘꽃뱀 사기단’으로 매도돼 수많은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김 씨가 모은 악플 캡처만도 A4용지로 무려 100페이지에 달한다. 성추행 위기를 모면케 해 준 이들에게 박수와 칭찬 댓글을 달아도 부족한데, 되레 입에 담지도 못할 막말을 쏟는 이들의 저의(底意)가 참으로 궁금하다.

만일 피해 여성이 나의 친구이고, 가족이라면 어떨까. 그래도 이들에게 악플을 달겠는가?

착한 일을 한 사람들에게는 박수와 칭찬을 보내는 것이 당연하고, 악한 일을 행한 사람들에게는 비난과 그에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당연지사(當然之事)이다. 그런데 칭찬과 비난은 아직도 제 갈 길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좋은 일을 하고도 욕을 먹고, 악한 일을 하고도 동정을 받는 사회. 단언컨대,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결코, 물려주어서는 안 될 무형의 유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이제 더는 최 회장의 개인 일탈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들이 양산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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