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내차가 기름을 적게 먹을까? 요즘처럼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할 때면 이런 고민이 머릿속에서 떠날 수가 없다. 특히 대형차를 타는 이들은 연비에 관한한 어느 정도 포기하는 것이 보통. 그러나 렉서스 LS600h L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1997년, 프리우스를 통해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카 상용화에 성공한 토요타는 올해 렉서스 LS600h L로 하이브리드카 세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V8 5000c 엔진에 모터를 결합해 6000cc급의 파워인 445마력을 내는 이 차의 연비는 웬만한 3500~4000cc급 차와 맞먹는다. 한마디로 ‘파워’와 ‘연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셈.
외관을 비롯해 기본적인 구성은 LS460L과 거의 같다. 차명 뒤에 L자가 붙었으니 기존 460L처럼 롱보디 모델이라는 건 불문가지. 다만 이 차는 시동 걸 때부터 460L과 다르다. 버튼을 눌러 거는 시동 방식은 똑같지만, 바로 엔진 구동음이 들리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계기판 바늘만 움직이므로 “시동이 걸렸나?”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도 있다.
충전된 전기로 동작을 준비하고, 곧이어 부드럽게 걸리는 시동은 이 차의 특징이다. 전기모터는 별도의 충전이 필요 없다. 달리면서 발생하는 제동 에너지를 모터에 축적해두었다가 구동이나 에어컨 구동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만일 전기모터가 충분히 충전되었다면, 모터 구동만으로도 달릴 수 있다. 대시보드 왼쪽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전기모터 구동모드(EV)로 들어가는데, 시속 20~30km 이내에서는 이 모드만으로도 충분히 이동이 가능하다.
하이브리드카는 단순히 기름을 적게 소모하기 위한 차는 아니다. 급가속을 시도하면 엔진의 파워에 모터 파워가 더해져, 마치 터보를 단 것처럼 폭발적인 가속력을 느껴진다. 정지에서 시속 100km 가속까지 걸리는 시간은 5.6초. 웬만한 스포츠카 뺨치는 수준이다. 환경 친화적이면서도 파워를 포기하지 않는, 매우 영리한 차가 LS600h L이다.
후륜구동인 460L과 달리 AWD(상시 네바퀴굴림)이어서 파워의 배분이 고른 것도 장점. 기본적으로 앞뒤 4:6의 구동력 배분을 보이지만, 노면 상태에 따라 5:5 또는 3:7로 수시로 바뀐다. 따라서 겨울이면 고개를 숙여야했던 후륜구동차의 단점을 털어내고 네바퀴굴림차로 당당히 도로를 누빌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이 차가 만능은 아니다. 쭉 뻗은 도로를 달리는 것보다는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유류 절감 효과가 있으며, 엔진이 멈추었다가 다시 구동될 때의 미세한 진동도 불쾌감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찻값이 1억9700만원으로 460L에 비해 3천만원 정도 비싼 점도 구입을 망설이게 한다. 이 정도의 가격 차이는 구입 후 최소 5년은 지나야 상쇄시킬 수 있으므로, 무조건 경제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래의 차라 불리는 연료전지차가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하이브리드카가 유일한 대안임에 틀림없다. 렉서스 LS600h L은 당신을 가장 손쉽게 환경친화론자로 만들어주는 멋진 파트너가 될 것이다.
렉서스 LS600h L
레이아웃-------앞 엔진, 네바퀴 굴림, 4도어, 4인승 세단
엔진, 기어----- V8 5.0ℓ 가솔린 엔진+전기 모터, 445마력/53.0kgㆍm 무단변속기
길이×너비×높이-5150×1875×1480mm
서스펜션 앞/뒤---- 멀티링크/멀티링크
타이어 앞, 뒤----- 모두 235/50R18
연비, 가격-------- 9.5km/ℓ, 1억9700만원
BEST-------------- 동급 최고의 연비와 파워
WORST------------- 착하지 않은 가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