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부진에 장사 없다…16년 만에 권좌에서 밀려난 이멜트

입력 2017-06-13 09:11 수정 2017-06-1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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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복합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을 16년간 이끌어온 제프리 이멜트(61)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이 12일(현지시간) 갑작스럽게 퇴임을 발표했다. 전임자인 잭 웰치의 20년 경영의 벽을 넘지 못하고 취임 16년 만에 GE 수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문어발식이었던 GE 사업에 대해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으로 체질개선에 나서는 등 파격적인 혁신을 이어가며 경영자로서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계속된 실적 부진과 주가 부진이 이멜트의 발목을 잡았다.

GE는 이날 이멜트의 사임 소식을 전하며 헬스케어 사업부 CEO인 존 플래너리(55)가 후임으로서 GE 그룹을 총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멜트는 오는 8월 1일 CEO직을, 12월 31일에는 회장직을 순차적으로 내려놓게 된다. 플래너리도 차례로 이멜트의 두 직함을 이어받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멜트의 퇴임은 업계에서 검증된 경영자도 실적과 주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언제든 잘릴 수 있는 미국 기업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멜트는 ‘경영의 신’으로 통할 정도로 그간 미국 안팎에서 높이 평가받았다. 그만큼 위기 때마다 그의 리더십은 빛이 났다.

이멜트는 2001년 9월 GE의 CEO에 올랐다. 취임한 직후에는 9·11테러가 발생했고, 2008년에는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일어나는 등 최악인 시기를 버텨내야 했다. 그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으로 위기를 정면돌파했다. 웰치 전 CEO가 공들였던 플라스틱 부문과 미국 유명 방송사인 NBC유니버설 등 핵심사업을 매각했다. 부진했던 가전사업부 역시 중국 하이얼에 팔았다.

리먼 사태 때는 GE캐피털을 통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으로부터 30억 달러를 조달해 회사의 숨통을 틔웠다. 위기 극복에 요긴했던 금융사업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휘청거리자 대폭 축소했다. GE캐피털을 필두로 한 금융사업은 웰치 전 CEO의 최대 치적으로 15년 넘게 순이익의 기둥 역할을 했던 핵심 사업이었다. 하지만 금융사업이 막대한 수익원이라고 해도 리스크를 떠안고 가기에는 회사 본업인 제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판단해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핵심사업 매각 등 선택과 집중으로 V자 실적 회복을 이끌기도 했다. 프랑스 알스톰의 전력사업 부문을 인수하며 사업 혁신을 꾀하기도 했다. 2011년에 발표한 ‘인더스트리얼 인터넷’으로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세계 제조업 모델을 제시하는 등 IoT 시대에 발 빠르게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멜트가 미국을 대표하는 CEO로서 미국 안팎에서 명성을 쌓았지만 저조한 주가는 늘 ‘목엣가시’였다. 기업 체질개선으로 인한 실적 회복이 지속되지 못하고,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자 트라이언펀드매니지먼드 등 주주행동주의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퇴진 압력이 거세졌다. 실제로 그가 CEO에 취임한 2001년 이후 현재까지 S&P500지수는 124%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GE의 주가는 29.6% 하락했다. 전임자인 웰치가 20년간 회사를 경영하면서 주가를 30배로 끌어올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멜트의 후임자인 플래너리는 GE에서 30년간 일한 베테랑으로 상당 기간 핵심사업부였던 GE캐피털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그는 이멜트가 주력했던 알스톰 전력사업부 인수, GE캐피털 사업부 축소, 가전사업부 매각 등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일련의 경험을 가진 플래너리가 수익 확대를 추구하는 경영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래너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중계된 직원들과의 회동에서 GE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반적으로 회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시작하고 싶다”면서 “절박함을 갖고 깊이 있게 재검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GE에서 일부 사업부를 맡았던 플래너리가 GE 전체를 잘 이끌어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시장에서 요구하는 전문성 강화 문제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날 GE 회사 주가는 전일 대비 3.58% 뛴 28.94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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