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회사 쪼개면서 경영 승계’..두마리 토끼 잡는 제약사들

입력 2017-06-14 07:15 수정 2017-06-1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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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약품, 지주회사체제 전환ㆍ오너 3세 대표이사 선임..일동ㆍ보령ㆍ동아 등도 회사 분할과 경영ㆍ지분 승계 해결

제약업계에서 회사 분할이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계기로 오너 후계자들에 경영권을 넘기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후계자들에 새롭게 설립한 법인의 경영을 맡기면서 경영권을 승계와 지배구조의 안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노림수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이달부터 지주회사체제를 가동했다. 지난 1월 신설회사 제일약품과 존속회사 제일파마홀딩스로 분할하는 내용의 기업분할을 결정했고 지난 4월 임시주주총회에서 분할계획서를 승인받았다. 앞서 제일약품은 지난해 말 제일헬스사이언스와 제일앤파트너스를 설립한 바 있다. 제일헬스사이언스는 일반의약품 사업을 담당하고 제일앤파트너스는 제일약품이 자체 개발한 전문의약품의 영업을 맡는다.

▲제일약품 본사 전경
▲제일약품 본사 전경
이로써 제일약품은 1959년 설립 이후 58년만에 회사를 4개 법인으로분리했다.

제일파마홀딩스는 "일정한 시점에 주식매매, 공개매수 또는 현물출자 등의 방법을 통해 신설 제일약품의 지분을 추가 취득함으로써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성립요건(자산 5000억원, 지분 20% 이상 보유)을 충족시키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제일파마홀딩스가 제일약품 주주를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진행, 제일약품 주식을 확보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오너 일가와 친척들이 보유한 43.53%에 달해 제일파마홀딩스가 제일약품의 지분율 20% 이상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제일약품의 분할 이후 창업주 3세인 한상철 부사장이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상철 부사장은 회사 분할 이후 제일파마홀딩스의 단독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신설 제일약품의 총괄 부사장도 역임한다. 한 부사장은 제일헬스사이언스의 대표이사로도 선임된 상태다. 한 부사장은 제일약품 창업주인 고 한원석 회장의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의 장남이다. 제일약품은회사 분할과 함께 3세 경영 체제를 가동한 셈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최근 회사 분할을 계기로 경영권을 후계자들에 넘겨주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새로운 법인을 출범하면서 경영권도 넘겨주는 새 출발을 시작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다.

▲일동제약 본사 전경
▲일동제약 본사 전경
일동제약은 회사 분할과 함께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도 강화하는 2개의 숙제를 단번에 달성했다.

당초 일동제약은 2009년 이후 1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주요주주들이 이사 선임 안건 제안, 주주총회 취소 소송 등을 제기하며 경영권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일동제약 최대주주와 우호세력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20~30%대에 불과하다는 약점에서다.

일동제약은 윤원영 회장의 개인회사 씨엠제이씨를 통해 개인투자자의 지분을 사들였고, 사모펀드 썬라이즈홀딩스를 우호세력으로 활용, 지분율을 50% 이상 끌어올렸다. 여기에 지주회사체제 전환으로 지배구조 강화 작업을 마무리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8월 투자사업부문(일동홀딩스), 의약품 사업부문(가칭 일동제약), 바이오 및 건강기능식품 사업부문(일동바이오사이언스), 히알루론산 및 필러사업부문(일동히알테크)으로 분할하는 내용을 포함한 지주회사체제를 출범했다.

일동홀딩스는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326만7484주를 발행, 일동제약 주식 343만4511주와 교환했다. 일동홀딩스가 증자를 통해 발행한 신주를 일동제약 주주들이 보유 중인 일동제약 주식 343만4511주와 교환했다.

이 과정에서 일동제약은 지분 승계 작업도 이뤄졌다. 일동제약의 최대주주인 씨엠제이씨는 당초 윤원영 회장이 지분 100% 보유한 개인 회사였지만 지난 2015년 윤 회장이 지분 90%를 장남인 윤웅섭 사장에 증여하면서 씨엠제이씨는 윤 사장의 소유 회사가 됐다. 사실상 윤 사장이 일동홀딩스의 최대주주인 셈이다.

윤웅섭 사장은 2005년 일동제약 상무로 입사한 이후 2011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했다. 지난해 신설 일동제약의 단독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그룹의 주력사업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추진 중인 보령제약도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두는 듯한 모습이다.

보령제약은 그동안 (주)보령이 보령제약 비롯해 그룹 주요 회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 형식으로 운영됐다. (주)보령은 보령제약의 지분 30.12%를 보유 중인 최대주주다. 보령메디앙스의 지분도 12.99% 보유 중이다.

(주)보령은 상법상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 지난해 말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법인 보령과 신설법인 보령홀딩스로 분리했다. 보령은 자산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보령홀딩스는 지주회사 역할을 맡기로 결정했다.

보령제약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 선언과 함께 김정균 기획전략실 이사(32)를 보령홀딩스 상무로 승진시켰다. 김 상무는 보령제약의 창업주 김승호 회장의 손자이자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의 장남이다.

김정균 상무는 보령홀딩스의 주식 25.0%를 보유 중이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령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김은선 회장으로 45.0%를 보유 중이다. 김 상무는 당초 보령의 주식 10%를 보유 중이었지만 지난 2012년 김은선 회장의 동생인 김은희씨, 김은영씨, 김은정씨(보령메디앙스 부회장) 등으로부터 각각 지분 5%씩을 넘겨받았다.

김 상무는 그룹의 백신사업을 담당하는 보령바이오파마의 최대주주다. 보령바이오파마의 최대주주는 보령파트너스(87.4%)인데, 보령파트너스는 김 상무가 지분 100%를 확보한 상태다. 김 상무는 의료기기사업을 영위 중인 보령컨슈머헬스케어의 지분도 100% 보유 중이다. 보령바이오파마와 보령컨슈머헬스케어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901억원, 137억원이다.

옛 동아제약도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통해 경영 승계를 완료했다. 옛 동아제약은 지난 2013년 3월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와 전문의약품을 담당하는 동아에스티, 박카스를 포함한 일반의약품 사업부 동아제약으로 분할됐는데, 이때 강신호 회장의 4남인 강정석 부회장이 동아쏘시오홀딩스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강신호 회장은 2달 뒤에 동아에스티 주식 35만7935주(4.87%)와 동아쏘시오홀딩스 주식 21만1308주(4.87%) 전량을 4남인 강 부회장에게 증여하면서 지분 승계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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