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호황기를 맞은 반도체 시장에 과열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가 현재 1100선 근처에서 움직이면서 2000년 닷컴버블 당시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시장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뿐만아니라 미국 S&P500지수의 올해 등락률 상위 종목을 램리서치 등 반도체 관련주가 싹쓸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기대로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증시 랠리를 주도했던 금융주 대신 반도체주가 현재 글로벌 증시를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이는 미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대만 반도체 대기업 TSMC의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 최대 자동차업체 도요타를 앞질렀다. 일본 도쿄일렉트론 주가는 지난해 말 대비 50% 상승해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노무라증권의 와다키 데쓰야 선임 애널리스트는 “3~4년인 반도체 산업 주기, 일명 ‘실리콘 사이클’이 ‘장기 호황(슈퍼 사이클)’에 진입한 것이 반도체주 열풍의 배경”이라며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가 급속히 반도체로 대체되는 것도 이런 열기에 한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시대로 접어들고 자율주행차량 개발이 더욱 속도를 내는 것도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에 사용하는 반도체의 업계 표준을 사실상 쥐고 있는 미국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1년 새 약 3.5배 늘었다. 인텔은 자율주행 지원장치 개발에 강한 모빌아이를 153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차세대 반도체 수요를 겨냥한 세력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자산운용의 아사이 신지 선임 애널리스트는 “2000년 IT 버블이 상징하는 것처럼 반도체주 붐은 팽창과 붕괴를 반복해왔다”며 “중국이 반도체 공장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어 과거 액정 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반도체도 공급과잉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