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31. 제국대장공주(齊國大長公主)

입력 2017-06-1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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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로 시집와 왕 위에 군림한 원나라 공주

제국대장공주(齊國大長公主·1259~1297)는 고려 제25대 왕인 충렬왕(1236~1308)의 왕비이다. 이름은 홀도로게리미실(忽都魯揭里迷失)이며, 원나라 세조의 딸로서 고려에 시집온 최초의 원나라 공주이다. 1274년(원종 15) 충렬왕이 세자로 원나라에 있을 때 혼인하니 공주 나이 16세, 충렬왕 나이 39세였다. 이 해에 원종이 죽어 함께 귀국하자 사람들이 “백년 전쟁 끝에 다시 태평세월을 보게 되었다”며 기뻐하였다.

황제의 명으로 공주를 호송한 탈홀(脫忽)은 공주보다 먼저 궁에 와 궁려(穹廬·몽골 식 천막집)를 가설하고 흰 양의 기름으로 액막이하는 제사를 지냈다. 즉 제국대장공주는 고려에 들어와서도 몽골식 생활습관을 버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1275년 원자(元子)인 충선왕을 낳았다.

공주는 매우 오만하고 탐욕스러웠으며, 왕조차 제어하지 못하였다. 예컨대 공주가 흥왕사(興王寺)의 황금탑(黃金塔)을 대궐로 들여와 탑을 파괴하여 금을 쓰려고 하였다. 왕이 제지하였으나 듣지 않자 왕은 울기만 하였다. 또 공주는 잣과 인삼을 중국 강남으로 수출하여 많은 이익을 얻었다. 이에 내시들을 각처에 보내서 물건을 구하고 생산되지 않는 지방에서까지도 거두어 백성들이 심히 괴로움을 받았다.

어느 날 한 여승이 흰 모시를 바쳤는데 가늘기가 매미의 날개 같으며 꽃무늬도 놓여 있었다. 여승에게 그 출처를 물어본즉 자신이 데리고 있는 여종이 짠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공주가 그 여종을 요구하니 여승은 할 수 없이 여종을 공주에게 바쳤다. 공주가 모시 짜는 여종을 요구한 것은 그녀가 잣과 인삼뿐 아니라 모시무역에도 손을 대었음을 말해준다. 유목민족에게 교역은 매우 중요한 생존방법이었고, 공주 역시 이에 익숙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한편 공주는 원에 다니러 갈 때마다 공녀(貢女)를 선발하여 데려갔다. 이에 딸이 없는 집들도 놀라고 소란을 일으켜 원한과 울음소리로 마을마다 소요스러웠다. 1294년 원나라 세조가 죽고 그 손자인 성종이 왕위에 오르자 공주를 안평공주(安平公主)로 책봉하였다.

공주는 1297년(충렬왕 23) 39세의 나이로 병으로 사망하였다. 고릉(高陵)에 매장하고, 시호를 장목인명왕후(莊穆仁明王后)라고 하였다. 1298년 충선왕이 왕위에 오르자 인명태후(仁明太后)로 추존하였으며, 1310년 원나라 무종(武宗)이 ‘제국대장공주고려국왕비(齊國大長公主高麗國王妃)’로 추봉하였다.

제국대장공주는 고려에서 무인집정의 시대를 종식시키고 새로이 원과 고려의 관계를 여는 단서가 된 왕비이다. 그녀는 전승국의 공주로서 고려왕보다도 우월한 지위에 있었다. 그녀의 존재로 인해 전통적인 고려 왕실의 다처제(多妻制)가 변화되고 이후 원 공주 출신의 왕비가 제1비이며, 그 소생자만이 왕위를 계승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양국의 풍속이 왕실에서부터 교류되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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