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반독점 총구, 실리콘밸리서 유통으로 옮겼나

입력 2017-06-1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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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영국 장난감·취미협회에서 주최한 박람회에 유니버설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캐릭터 '미니언즈'가 등장한 모습. 사진=블룸버그
▲지난해 1월 영국 장난감·취미협회에서 주최한 박람회에 유니버설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캐릭터 '미니언즈'가 등장한 모습. 사진=블룸버그

유럽연합(EU) 반독점 당국의 칼날이 미국 실리콘밸리 IT 기업에서 유통기업으로 옮겨간 모양새다.

EU 집행위원회(EC) 반독점 당국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와 ‘헬로 키티’로 유명한 일본 캐릭터 전문기업 산리오, 유니버설스튜디오 유럽지사의 라이선싱과 유통 관행에 독점 혐의가 있다고 보고 개별적으로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이 세 업체가 유럽 역내와 온라인에서 판매허가를 받은 물건에도 판매를 제한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즉 EU가 단일시장임에도 판매업자들이 국경을 넘어 다른 EU 회원국에 제품 판매하는 것을 불법적으로 제한해, 유럽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 권리를 침해한 혐의가 있는 지를 조사하겠다는 이야기다.

나이키를 비롯해 산리오와 유니버설스튜디오는 신발에서부터 의류, 휴대폰 액세서리, 장난감과 같은 다양한 제품을 생산·판매 업체들에게 자사 브랜드를 쓸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라이선스 사업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이키의 경우 유럽 명문 축구구단 ‘클럽 바르셀로나’ 관련한 용품에 대한 브랜드 지적재산권을, 산리오는 헬로 키티 캐릭터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다. 컴캐스트 NBC유니버설의 유니버설스튜디오는 ‘미니언즈’,‘슈퍼배드’와 같은 영화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가지고 있다. 이들 세 업체에 대한 조사에서 혐의가 인정되면 글로벌 판매량의 10%를 벌금으로 내야한다.

EU 반독점 당국의 이번 조사는 구글의 독점 혐의에 대한 최종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진행됐다. EU는 7년간의 조사 끝에 구글이 검색엔진에서 쇼핑검색 결과를 경쟁사보다 우선으로 노출되도록 했으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이용해 크롬 브라우저와 같이 구글의 비인기 서비스도 쓰도록 하는 등 시장 지위를 남용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대규모 벌금을 부과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EU 반독점 당국은 지난해 8월 애플이 아일랜드로부터 불법적으로 세금 면제 혜택을 받았다며 130억 유로(16조4092억원)의 세금을 내라고 판결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나이키는 당국의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고, 컴캐스트와 산리오 측은 즉각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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