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이야기] 좋은 남편이 먼저다

입력 2017-06-1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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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자녀를 둔 아빠를 위한 특강을 연이어 했다. 좋은 아빠가 되려면 먼저 좋은 남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 연구소 문을 열면서 ‘좋은 남편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시작했다. 좋은 아버지는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좋은 남편은 왠지 민망해하던 시절이었다.

2013년 좋은 남편 모임을 재개했을 때에도 언론에서 앞다퉈 행사를 소개해 주었다. 육아휴직 중인 남편, 아내가 등 떠밀어 아들과 함께 온 아버지, 그리고 미혼 남성까지 참석해 열기가 대단했다. 당초 ‘존경받는 남편 모임’으로 하고 싶었지만, 요즘 세상에 남편을 ‘존경’씩이나 하는 아내가 몇이나 되겠느냐는 힐난이 눈에 선했다. 그래서 ‘좋은 남편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긴 이름이 되었다.

‘노력’하는 남편이라는데 누가 시비를 걸 것인가? 좋은 남편 10계명을 만들어 참석자들끼리 토론을 하고 좋은 남편 얼굴이 새겨진 앞치마도 나누어 주었다.

가족은 부부 관계를 시작으로 부모·자녀, 형제·자매, 친·인척 관계로 이루어지지만 부부가 가장 기본적인 핵심 체계이다. 부부는 가정의 기둥이고 핵심이며 자녀에게는 모델이기 때문에 좋은 아빠와 엄마가 되려면 먼저 좋은 남편, 좋은 아내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남편이 좋은 남편일까? 정답은 없다. 아내들의 기준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부부가 서로의 기대치와 의견을 조율하여 좋은 남편 상을 정립해 보자. 그것이 반드시 열 가지일 필요는 없으며 일곱 가지나 세 가지여도 좋다. 무엇보다, 아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면서 아내의 애기를 경청하고 공감해 주는 남편이 좋은 남편이 아닐까?

집안 문제를 아내와 상의하는 남편, 사랑과 감사를 말과 행동으로 자주 표현하는 남편,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는 남편, 가사를 분담하고 자녀 양육을 함께하는 남편, 처가 식구를 챙기는 남편, 아내의 욕구를 존중하며 아내의 성장을 지지하는 남편, 성의 즐거움을 아내와 함께 찾는 남편, 부부 공동의 꿈을 아내와 가꾸는 남편이라면 진정으로 훌륭한 남편이다.

결혼 초반에 나는 아이들을 아내에게 맡기고 혼자 영화 보러 다니고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고 아이들이 울면 베개 들고 옆방에서 자던 철없는 남편이었다. 아내의 얘기에 공감보다 충고를 앞세우고 가사 분담에도 소홀했었다. 연구소 문을 연 뒤에도, “가정경영연구소 소장이면 뭐 하느냐? 밖에서는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집에서는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은 소장 자격이 없다”고 아내가 불평했다. 아내의 원망에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마음을 내려놓았다. 가정경영연구소 소장이라고 완벽할 수도 없고 완벽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더 나은 남편이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하지 않을까? 연구소 문을 연 지 18년, 결혼 36주년을 바라보며 이제는 몇 점짜리 남편인지 아내에게 물어보고 싶다.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 땅의 남성들에게 당부한다.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아이들의 엄마인 아내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남편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좋은 남편이 모두 다 좋은 아버지는 아니지만 좋은 남편이 되지 않고서는 좋은 아버지가 결코 될 수 없다. 아무리 잘 먹이고 잘 입혀도 부모가 만들어내는 사랑스러운 온기가 없으면 자녀들은 건강하게 자랄 수 없다. 좋은 남편에 대한 심사 기준은 아내에게 있으니 아내가 높은 배점을 주는 항목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된다는 점도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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