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부채(3)-합죽선(合竹扇)

입력 2017-06-1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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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부채는 대나무를 겉쪽이든 안쪽이든 한 겹을 깎아 부채의 살을 만들고 거기에 종이나 비단을 붙여 만든다. 그런데 대나무의 겉쪽, 즉 겉껍질을 얇게 뜬 다음 그것을 두 겹으로 맞붙여서 만드는 부채가 있다. 부채 살의 탄력을 높임으로써 부채 살이 좌우로 휘어졌다 펴지는 동작을 반복할 때 휘어지는 폭을 넓히고, 꺾여 부러지는 일이 없도록 그렇게 만든다. 바로 합죽선(合竹扇)이다.

‘合竹’은 대나무 살을 맞붙여 만든다는 뜻이다. 마치 열팽창계수가 매우 다른 두 종류의 얇은 금속판을 포개 붙여 바이메탈을 만들 듯이 합죽선은 겉껍질 두 쪽을 마주 붙여 부채 살의 탄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전북 전주는 합죽선으로 유명하다. 합죽선은 양쪽 바깥에 댄 2개의 테(변대:邊竹)를 제외하고 안쪽에 40개 정도의 살을 촘촘하게 짜서 180도까지 펼쳐진다. 부채 살이 50개인 것은 왕실에서만 사용하였다. 사대부는 40개, 중인과 상민(常民)은 그보다 살을 적게 넣은 부채를 사용했다고 한다.

합죽선의 매력은 양쪽에 댄 테, 즉 변대에 있다. 불로 달궈 가면서 휨으로써 마치 콜라병과 같은 형태로 갸름하게 만든다. 이렇게 만든 변대는 웬만한 습도 차에는 모양의 변화가 없어서 부채의 균형을 잘 유지해 준다. 이 변대에는 짧은 마디가 여러 개 있는데 30cm 정도의 길이에 적게는 5~7개, 많게는 20개 이상의 마디가 있다. 이처럼 마디가 많은 대나무가 전주에서만 자생하기 때문에 이 대나무를 소재로 전주에서만 합죽선 산업이 일어난 것이다.

부채는 변대에 마디 수가 많을수록 가격이 비싸다. 짧은 길이에 많은 마디가 있는 대나무가 그만큼 희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제강점기에 ‘축소 지향’의 일본인들이 마디가 많은 것을 특별히 선호하면서 가격이 더욱 비싸졌다고 한다. 현재 합죽선 하나는 일반 선풍기 2~4대 가격이다. 풍류가 담긴 물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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