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외롭게 생활하는 국가유공자의 집을 찾아가 집안일을 하고 말벗이 되어준다. 때론 스스로 심부름꾼이 되기도 한다. ‘보훈섬김이’의 이야기다.
국가보훈처가 2007년 공식 출범해 10주년을 맞은 이동보훈복지서비스인 ‘보비스(BOVIS)’. BOVIS는 Bohun Visiting Service의 약자로 ‘이동보훈’과 ‘노후복지’를 통합한 브랜드다. 재가복지 서비스 지원, 노인용품 지급, 이동보훈복지팀 운영 등 나라에 헌신한 국가유공자의 건강하고 명예로운 노후 생활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보비스의 주된 목적인 재가복지서비스를 담당하는 이들이 바로 ‘보훈섬김이’다.
현재 전국 보훈관서 소속 보훈섬김이는 1326명. 한 사람이 11~12명씩 모두 1만5000여 명의 국가유공자의 생활을 돕고 있다. 일주일에 두세 번 국가유공자의 집을 방문해 세탁, 청소, 식사 준비 등 가사활동은 물론 혈압·혈당 체크 등 건강도 살핀다. 홀로 지내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유공자들의 말동무가 되어 주는 것 역시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평소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았던 안영옥(67세) 씨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자식들에게 떳떳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보훈섬김이 일을 시작했다. 10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 안 씨는 “눈뜨면 일하러 갈 곳이 있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다”며 “특히 국가유공자를 모신다는 자부심이 매우 크다”고 했다.
안 씨와 같은 해 일을 시작한 양화자(59세) 씨는 지인의 추천으로 보훈섬김이가 됐다. 아버지가 6·25전쟁 참전용사였던 양 씨는 “일 자체는 힘들지만 항상 (국가유공자를) 가족이라 생각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뿐만 아니고 모든 사람이 이분들을 도와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가 있지만 돈만 좇아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가유공자를 위하는 마음과 그들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기에 즐겁게 할 수 있다. 국가유공자에게 때로는 가족이 되고 때로는 친구가 된다. ‘희생을 사랑으로’라는 보비스의 슬로건이 새겨진 앞치마를 두르고 오늘도 전국의 보훈섬김이들은 즐겁게 국가유공자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