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산업부는 큰틀의 어젠다 짜고, 중기부는 세부 정책 담당”

입력 2017-06-1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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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2일 서울 동작구 중소기업연구원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신설 중기부와 산업부의 정책 분담에 대해 “산업정책과 기업정책이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각각 나름대로의 영역이 있다”면서 “이제 정부는 산업정책을 통해 인프라, 기업 생태계의 관점에서 큰 틀만 만들어주고 그 안에서 활동하는 기업을 위한 정책은 별도의 기업정책으로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2일 서울 동작구 중소기업연구원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신설 중기부와 산업부의 정책 분담에 대해 “산업정책과 기업정책이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각각 나름대로의 영역이 있다”면서 “이제 정부는 산업정책을 통해 인프라, 기업 생태계의 관점에서 큰 틀만 만들어주고 그 안에서 활동하는 기업을 위한 정책은 별도의 기업정책으로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대기업이 수출로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을 이끌어오던 기존 경제구조 패러다임을 중소기업 육성과 소상공인들의 권익 보호, 중소·벤처 선순환 생태계 구축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중소기업벤처부를 신설했다.

국내 중소기업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된 중소기업벤처부는 현 중소기업청을 부로 승격시켜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지원(산업인력·지역산업·기업협력)과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 금융위원회의 기술보증기금 관리 기능을 이관해 골격을 마련했다. 연간 16조5000억 원에 달하는 중소기업 정책 예산과 19개 중앙 부처 및 지방 자치단체 등에서 흩어져 시행 중인 1284개 중소기업 정책을 종합, 기획하고 조정하게 된다.

중소기업 고용을 지원해 일자리를 늘리고 대기업과 임금 격차로 발생된 양극화를 해소함으로써 소득 주도 성장을 이끌 주역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중소벤처부는 이번 추경 예산의 30%가량을 지원받을 것으로 보여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를 이끌 핵심 부처임을 입증하고 있다. 11조 원의 이번 추경 예산 가운데 30%가 넘는 3조4000여억 원이 중기청 사업비로 할애되며, 창업과 수출을 통한 일자리 창출, 소상공인·전통시장 지원, 중기 경영 안정화 등의 분야에 쓰이게 된다.

서울 동작구 중소기업연구원에서 최근 이투데이와 만난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56)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설되면서 앞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미래 먹거리나 성장 전략 등 큰 틀에서 국가적인 어젠다는 설정하는 역할을 맡고, 중소벤처부는 그 안에 들어갈 콘텐츠가 되는 정책들을 담당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산업정책과 기업정책이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각각 나름대로의 영역이 있다”면서 “신성장동력 발굴, 기존 산업의 혁신, 업그레이드 전략, 구조조정 등이 ‘산업정책’에 해당한다면 벤처나 스타트업을 위한 정책, 소상공인 같은 기업들을 위한 정책이 ‘기업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 정부가 산업정책을 펼치면서 큰 틀만 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세세한 것까지 정해 주는 하향식(top-down) 방법을 띠었기 때문에 부작용이 많이 발생했다”면서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신설 중소벤처기업부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신설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 승격은 중소기업계의 숙원이었던 만큼 새 정부가 업계 숙원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부처 신설만으로 끝나선 안 된다. 신설 부처가 새 정부의 핵심 정책인 ‘일자리 창출의 플랫폼’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일자리는 혁신형 창업기업, 기술 기반 창업기업(스타트업)의 등장과 이들의 안착과 성장(스케일업)에서 나온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은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한 창업 여건을 만들고, 생존율이 낮은 창업 기업들이 한 단계 스케일업 할 수 있는 투 트랙 전략을 중심으로 하고, 이와 동시에 경제적인 약자에 대한 배려 정책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중소기업 정책의 큰 방향을 제시한다면

“중소기업 정책이 앞으로 ‘스타트업’, ‘스케일업’, ‘레벨업’, ‘코업’ 등 크게 4가지 방향으로 추진됐으면 좋겠다. ‘스타트업’은 기술 기반,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혁신형 창업 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조성하고 이들을 육성하는 정책 방향이다. ‘스케일업’은 인수·합병(M&A) 활성화나 사업 전환을 통해 기업 규모를 키우는 데 신경 쓰자는 것이고, ‘레벨업’은 이렇게 성장한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도록 돕는 것이다. ‘코업’은 동반 성장, 포용적 성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자는 것이다.”

△이 같은 방향성에 맞춰 중소벤처기업부는 앞으로 어떻게 일해야 하나

“중소벤처기업부가 일하는 방식은 중기청이 일하는 방식과 달라야 한다. 첫째 무엇보다 정책 수요자 관점에서 정책의 일관성과 체계성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들과 소상공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이들의 어려움을 어떻게 풀어줄 것인지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부 신설의 취지에는 각 부처로 흩어진 기능을 모아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정책의 추진 체계를 가다듬어 진짜 수요자인 기업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 플랫폼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보나 수요자 의견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과정에서 결론에 이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 지원 사업에 신청하려면 오프라인으로 여러 서류의 제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앞으로는 서류 제출 건수를 줄여 간소화한다든지, 한 번만 제출하면 다음에도 쓸 수 있는 클라우드 기능을 부여한다든지 해서 정책 수요자인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고민해야 한다.”

△신설 부서의 큰 그림이 나왔는데 아쉬운 점은 없나

“중소기업계가 그간 요구해 왔던 수출 지원 기능이 산업부에 존치되는 걸로 되다 보니 수출 지원 기능이 이원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산업부의 일부 기능만 넘어오고 기존에 중기청이 다뤄왔던 중견기업 정책이 산업부로 넘어가면서 적합 업종제도나 하도급법, 공공구매제도 등에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정책 간 갈등의 소지가 커지게 됐다. 이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가 산업통상자원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본다. 앞으로 신설 부처가 잘 안착할 수 있도록 관련 부처들이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중견기업 정책이 산업부로 넘어가면서 중소-중견기업 정책 간 단절이 생길 여지는 없나

“중견기업 정책은 중기청이 그동안 공을 들여놨는데 산업부로 넘어가게 됐다. 중견기업계가 기존 정책이 중소기업 지원의 확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며 불편해한 점이 있었다. 앞으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예비 중견기업을 만들면 산업부가 이를 받아서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사이의 관계를 이분법(二分法)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기업 성장의 사다리 구축’이라고 보면 된다.

일부 중견기업들에서는 산업부에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중견기업 육성은 시기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중견기업 중에서는 1차 벤더도 많은데 이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은 결과적으로 대기업을 지원하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새 정부가 ‘청년고용 2 + 1 지원제’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고용 비용을 보조해 주는 정책 등을 제시했다. 중소기업계는 이를 환영하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중소기업에 불리한 고용 정책에는 강경한 태도인데

“일자리 창출은 양과 질의 문제가 모두 있다. 일자리의 질을 결정하는 기준에는 임금 수준, 복지, 근로시간 등이 있다. 일자리의 선택은 앞으로 중소기업밖에 없다고 보는데, 정작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을 기피한다. 이를 보면 일자리의 질적인 변화도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면 여러 가지 부담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면 중소기업에 부담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업 대표들은 진지한 고민을 통해 스스로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중기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나왔으면 좋겠다. 대기업과 하청거래를 하는 기업들은 납품단가를 현실화하는 노력이 있어야겠고, 독자적인 브랜드를 가진 기업에 대해서는 입점 수수료를 낮춰 주거나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인건비를 올릴 수 있는 여지를 조금씩 만들어 주면 된다.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건물 임대료나 사회보장료를 지원해서 전체적으로 사업주들이 부담하는 비용을 절감시켜 주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새 정부는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임금까지 올려주면 손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할 텐데

“근로시간 단축은 명분적으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근로자의 휴식 시간도 필요하고 개인적인 여가 시간과 가족과의 시간도 보장돼야 한다. 시간당 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임금 수준이 유지된다. 그런데 시간당 임금을 그대로 두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임금 자체가 줄기 때문에 근로자 누구도 찬성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해법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이전보다 적은 노동이 투입되도록 하는 집중근로시간제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 등 생산성 향상이 전제돼야 한다. 추가로 발생되는 비용은 정부가 보조해 주고, 대기업은 납품단가로 보전해 주고, 그런 식으로 우리 사회가 분담하는 체계를 가져야 한다. 근로자들도 근로시간 단축으로 추가 고용 여력이 생긴다면 일부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 사용자나 근로자가 서로 가진 것을 지키려고만 한다면 해답을 못 찾을 것이다.”

△중소기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한 해법은

“납품단가 문제를 비롯해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문제는 임계치에 왔다고 본다. 한국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납품단가 등은 기업 간의 사적 거래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권력 개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들이 자체적인 노력 없이 원가절감의 부담을 하청업체에만 전가하는 등 일방적으로 횡포를 부린다면 정부의 역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수적이다. 대기업은 이제 상황이 과거와는 다르며 중소협력사들과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대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게 안 된다면 강제적인 방안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공정위가 적어도 현재 갖고 있는 권한만이라도 중소기업을 위해 제대로 행사한다면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와 관련한 많은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세종 원장은… 전북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 일본 총합연구개발기구(NIRA) 초빙연구원, 명지대학교 금융지식연구소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2005년부터 중소기업연구원에서 연구본부장, 부원장 등을 거치며 중소기업 정책·연구에 힘써온 그는 2014년 연구원 최초로 내부 승진을 통해 원장에 취임했다. 현재 중소기업연구원장과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중소기업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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