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40년 만에 영구 정지되는 ‘고리 1호기’ 직접 가보니

입력 2017-06-1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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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1호기 전경.
▲고리원전 1호기 전경.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르렀던 지난 16일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원자력 발전소를 찾았다. KTX를 타고 울산역에 내려 한 시간 가량 걸리는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 원자력본부로 가는 길에 ‘40년간 희생해 온 지역주민은 호구냐?’라는 플랜카드가 눈에 띄었다.

‘원자력’이라는 이름은 근대화를 상징하는 긍정적인 이미지였다. 1978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고리 1호기’가 세워졌을 때 영광, 고리 인근 지역 주민들은 북 치고 꽹과리 치며 좋아했다고 한다.

고리 원전 1호기 발전소에 도착했을 때 본부 건물에는 ‘우리는 원전 역사의 주인공이다’라는 문구가 크게 씌어있었다. 고리 1호기는 원전 종사자들에게 땀과 자존심의 상징이다.

고리 1호기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인 2013년 현재의 설비를 보강했다. 쓰나미 발생에 대비해 해안 방벽은 10m로 높이를 증축했고, 리히터 규모 6.4이상 지진 발생시 원자로가 자동 정지되도록 했다. 전력 공급 설비를 강화하고, 비상냉각수 공급도 다중화했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국민여론은 더 이상 우호적이지 않으며, 보다 신중하고 안전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리 1호기는 한국 역사 최초로 설계수명이 종료돼 폐쇄되는 원자로가 될 예정이다.

발전소 안으로 들어서니 터빈이 커다란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곳곳에는 ‘영구정지 D-2’라는 팻말이 걸려 있어 직원들이 오고 가며 눈길을 주었다. 핵분열 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끓여서 터빈을 돌리고 전기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투입된다. 증기를 만들고 뜨거워진 원자로를 식히는 데도 물이 쓰인다. 원자력발전소가 전부 바닷가 근처에 있는 이유다.

연료봉에 장착된 핵연료가 분열하면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이곳 직원들은 5조 3교대로 24시간 근무 중이었다. 원자로를 조종하는 주제어실(MCR)에 들어서자 가동 상태를 알려주는 계기판이 늘어서 있었다. 문제가 생길 때 따라야 할 대응 매뉴얼도 있었다.

▲고리 원전 1호기가 영구정지를 위해 17일 오후 6시 터빈발전기 수동정지에 이어 6시 38분 원자로를 정지(미임계) 했다. 이후 원자로 냉각수 온도를 낮춰 18일 자정부터 공식적으로 영구 정지에 들어간다.
▲고리 원전 1호기가 영구정지를 위해 17일 오후 6시 터빈발전기 수동정지에 이어 6시 38분 원자로를 정지(미임계) 했다. 이후 원자로 냉각수 온도를 낮춰 18일 자정부터 공식적으로 영구 정지에 들어간다.

벽면 중앙 디지털 계기판에 발전기 출력이 602MW로 돼 있지만 17일 오후 6시 터빈발전기를 수동 정지하면 ‘0’으로 떨어지게 된다.

1979년 입사해 고리 원전의 산증인인 박지태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장은 “고리 1호기의 터빈발전기를 수동 정지시키고, 이후 원자로 냉각수 온도를 낮춰 18일 자정부터 공식적으로 영구정지에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용된 핵연료는 무척 뜨겁기 때문에 식혀야 하는데 이를 원자력 발전소 안에 큰 풀장을 만들어서 거기에 집어넣고 열을 식힌다.

원전 영구정지 뒤에는 원자로 내부의 사용후핵연료를 모두 꺼내 저장조에서 5년간 냉각해야 한다. 본격적인 해체 작업은 2022년 이후에 진행될 계획이다. 최종적인 원전 해체는 계획을 세우는 데부터 실제 해체하는 작업, 환경 복원 등에 약 20년이 소요된다.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는 우리나라 원전 정책에도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고리 1호기 퇴역을 계기로 문 대통령이 탈(脫)핵에너지 로드맵을 발표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노기경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장은 “해외 자원에 95% 이상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원전은 계속 개발해야 한다”면서 “지역 주민들은 고리 1호기를 왜 빨리 정지하냐고 할 정도로 잔존 가치가 많이 있다. 해체를 포함해 원전 기술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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