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이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두면서 프랑스 정치사에 한 획을 긋게 됐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경제를 살리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한 개혁에 중대한 추진력을 확보하게 됐다.
마크롱이 이끄는 중도 신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이하 앙마르슈)’와 연정 파트너인 민주운동당(Modem)이 18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 결선투표 출구조사 결과 총 577석 중 최소 355석을 확보한 것으로 나왔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집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전체 의석 중 61.5%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편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는 최대 예상치가 전체 의석의 약 74%에 해당하는 425석으로 나오기도 했다.
최소 예상치인 입소스의 조사를 바탕으로 하더라도 마크롱 정당은 프랑스 현대 정치사에서 유례 없는 압승을 거두게 됐다. 이전 집권 정당인 사회당과 공화당 등은 총선 당시 지지율이 40%선에 그쳤다. 특히 앙마르슈는 지난해 세워진 신당으로 의석 수 ‘0석’에서 단숨에 과반을 훨씬 뛰어넘는 집권 정당이 되면서 마크롱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얼마나 높은지를 반영했다.
마크롱 정권 이전 집권당이었던 사회당은 예상 의석 수가 34석으로, 현 의석 수 284석의 약 10분의 1로 줄어들면서 몰락하게 됐다. 중도우파인 공화당과 그 파트너들은 제1야당이 됐지만 의석 수는 현재 199석에서 125석으로 감소하게 됐다.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FN)은 이번 총선에서 4~8석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개월 전 대선 당시 돌풍을 일으키면서 총선에서 50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그러나 대선에서 마크롱의 맞수였던 마린 르펜은 총선 3수 끝에 처음으로 의회에 입성하게 되면서 재기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장뤼크 멜랑숑이 이끄는 극좌파 정당인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약 19석을 얻은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FT는 마크롱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전적인 신뢰를 얻은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입소스는 이번 총선 투표율이 약 4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사전 여론조사에서 마크롱 정당의 대승이 예상되면서 관심을 잃은 유권자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총선 압승은 기업이 직원을 고용하고 해고하는 것을 좀 더 용이하게 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논란 많은 개혁을 추진하는 마크롱에게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장-대니얼 레비 해리스인터랙티브 정치 설문조사 부문 대표는 “높은 기권율이 마크롱에 대한 적대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