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제염→철거→부지복원… 6163억 투입 ‘즉시해체’ 방식 택해
한수원 “2021년까지 해체기술 확보 글로벌 ‘脫원전 산업’ 새 먹거리로”
지난 17일 오후 6시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신건원 고리 원자력본부 차장이 빨간색 터빈발전 수동정지 버튼을 누르자 발전기 출력 표시창의 숫자가 ‘0㎿h’로 바뀌었다. 발전기 터빈이 멈추면서 전력 생산이 완전히 중단된 것이다. 이어 원자로에 제어봉을 넣으면서 오후 6시 38분에는 원자로도 정지됐다.
원전의 심장인 원자로가 멈추자 평소 300도에 달하던 고리 1호기는 18일 자정(밤 12시)이 되자 93도까지 떨어졌다. 이 순간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영구정지’ 선언을 했다. 국내에서 원전이 영구정지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고리 1호기는 1978년 첫 전력생산을 시작한지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원전 영구정지 뒤에는 원자로 내부의 사용후핵연료를 모두 꺼내 저장조에서 5년간 냉각해야 한다. 이후 시설ㆍ구조물의 제염과 해체(8년 이상), 부지복원(2년 이상)까지 총 15년 6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영구정지 후 한수원은 최종해체 계획서를 작성해 5년 이내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규제기관에 제출, 승인 후 해체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고리 1호기는 사용후핵연료를 제거한 뒤 일정기간 원전을 유지해 방사능 준위를 낮춘 후 해체하는‘즉시해체’ 방식을 택했다. 원전 해체 방식에는 ‘지연해체’와 ‘즉시해체’ 방식이 있다. 약 15년이 걸리는 즉시해체 방식은 지연해체에 비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빠르게 부지를 재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본격적인 해체작업은 습식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6∼7년간 충분히 냉각시키고, 안전하게 반출한 이후 착수한다. 사용후핵연료는 추후 구축될 예정인 건식저장시설에 한시적으로 보관 후 최종적으로 고준위방폐물 처분시설로 이송할 방침이다. 사용후핵연료 반출 이후 원자로 압력용기와 내부구조물 등 방사능에 오염된 시설의 제염과 철거를 진행한다.
고리 1호기 부지는 해체 완료 후 부지 복원 과정을 거쳐 향후 재이용 될 예정이며 구체적인 활용 계획은 추후 결정된다. 해체가 완료된 해외 원전(19기)의 경우 녹지(11기), 발전소(5기), 주차장(1기) 등으로 부지를 활용하고 있다.
부지 복원 이후 진행경과, 최종부지의 방사능 현황, 해체 전후의 원자로 시설 등 해체완료 상황을 원안위에 보고하고, 원안위는 관련 검토를 통해 고리1호기의 운영 허가를 종료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까지 기술개발비 4419억원 등 해체에 총 6163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국내 기업을 선정해 순수 국내 기술로 해체 작업을 수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원전 해체는 방사선 안전관리, 기계, 화학, 제어 등 여러 분야 지식이 복합돼 있는 기술을 요해 해체에 15년 넘게 소요된다. 여기에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마련하는 것도 과제로 남아있다. 정부 방침대로 순차적으로 노후 원전이 폐로에 들어간다면 여기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들을 어디에 보관할지 지금으로선 대책이 없는 상태다.
고리 1호기를 비롯해 고리 2·3·4호기, 신고리 1·2호기가 있는 고리원자력본부에는 5903다발의 사용후핵연료를 보관 중이다. 하지만 2024년이면 이마저도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2028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영구처분 시설을 지을 부지를 선정하고 2053년에는 영구 처분시설을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확보하지 못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과제다. 한수원은 고리 1호기를 해체하기 위해 필요한 58개 기술 중 아직 17개(필수 10개, 보조 7개)를 확보하지 못했다. 한수원은 2021년까지 해당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박지태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3년 (고리 1호기의) 원자로와 배관을 뺀 나머지를 모두 리모델링해 설비면에서 아까운 점이 있지만 원전 해체를 통해 더 넓은 시장에 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