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균의 B하인드] 기재부 관료와 ‘주말이 있는 삶’

입력 2017-06-20 11:13 수정 2017-06-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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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요즘 관가(官街)에서 기획예산처 출신의 몸값이 뛰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뿐만 아니라, 고형권 1차관과 김용진 2차관까지 모두 예산처 출신으로 채워졌다. 더군다나 김 부총리는 기재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예산처 출신 수장이다.

기재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8년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합쳐져 만들어진 조직이다. 이후 기재부 1차관과 2차관에는 각각 재경부, 예산처 출신이 고루 나눠 앉았다. 하지만 이번에 기재부 1차관에 예산처 출신이 임명되면서 이러한 관례도 깨졌다.

예산처 출신이 기재부 장차관을 모두 차지했으니, 예산실 직원들의 어깨가 으쓱거리는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이다.

하지만 현실은 웬일인지 그렇지 못하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마무리하면서 한숨 돌리나 싶었지만, 이번엔 내년도 본예산 편성작업이 시작돼 숨 돌릴 틈을 주지 않고 있어서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 이어 대통령 공약 관련 내용을 수시로 보고해야 하는 일은 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퇴근 시간을 맞추기는 고사하고 새벽까지 남아 일하는 것은 일상화된 지 오래이다. 주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주말에 가족과 마주 앉아 식사한 지가 언제인지 모른다”는 푸념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심지어 기재부 예산실 직원들은 “평일 새벽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나와 업무를 보고 있지만, 수당을 제대로 챙겨 주는 것도 아니다”며 “지금과 같이 일하다간 아내한테 이혼당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토로했다.

기재부의 초과근무 수당 체계를 보면 시간당 1만 원을 책정해 하루 4시간, 한 달에 최대 57시간까지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마저도 초과근무를 막는다는 취지에서 한 달에 지급하는 수당을 40만 원으로 제한했다. 주말에도 4시간 이상 초과근무해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최근 취임한 김용진 2차관의 행보가 구설에 휘말린 배경이기도 하다. 김 차관이 임명된 시점은 이달 9일 금요일이다. 하지만 김 차관이 돌아오는 주말에 업무보고를 받겠다고 밝히면서 가뜩이나 업무 피로가 쌓인 예산실 직원들이 대부분 주말에 출근해 준비했다.

이미 추경으로 한 차례 진을 뺀 예산실 직원들은 이제 다시 내년도 본예산 편성작업에 돌입했다. 예산실은 각 부처 요구안을 토대로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마련해 9월 1일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일정을 맞추려면 올해 여름 휴가도 반납해야 할지도 모른다.

기재부 본부 전체 인력 1000여 명 중 예산실 인력은 5분의 1 수준인 200여 명 남짓이다. 예산실 직원들은 지금의 인력에서 최소 두 배는 늘려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하소연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부총리가 취임사에서 언급한 “보고서는 반으로 줄이고, 주말이 있는 삶을 살도록 하자”라는 제안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일 뿐이다. 예산실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부총리의 발언에 콧방귀를 뀌는 직원들이 생겨난 이유이다.

김 부총리의 제안에 콧방귀가 아닌 콧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재부의 근무 환경부터 바꿔야 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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