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소속 한국당 김광림 의원은 20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굳이 이번 추경을 하려면 국민생활 안정과 같은 내용을 재정법상 추경 요건에 넣어야 한다”며 “정부에서 법안을 들고 오면 내용을 보고 (협조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추경이 다 처리됐다고들 하지만 모두 요건에 맞아서 된 것이고, 이번 일자리 추경은 현행법상 요건에 안 맞아 심사할 수 없다”고 한 뒤, “개인적으로 추경 요건 완화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전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추경은) 법적 요건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국가재정법 개정 후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 정책위의장들은 이번 일자리 추경이 법적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전날 정세균 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 회동에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추경 심사 착수에 동의한 반면, 한국당만 심사 자체도 어렵다며 ‘보이콧’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게 민주당 측 전언이다.
한국당은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추경분석 보고서’도 한국당의 문제 인식과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예산처는 보고서에서 “정부는 청년실업률 증가를 추경 편성의 주된 사유로 설명하고 있지만, 전체 실업률에 변동이 없는데도 청년층의 높은 실업을 재정법상 추경 요건인 ‘대량실업 발생 또는 발생 우려’로 볼 수 있는지는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보고서에서 “이번 추경안이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국회 심의과정에서 법률의 규정 취지와 추경을 통한 재정지출이 국민 경제와 민생 안정 등에 미치는 긍정적인 기대효과를 비교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야당에서 재정법 개정안을 언급하고 나선 건 정부의 추경안을 마냥 반대만 하기도 부담일 뿐 아니라 현행법상 추경 요건을 바꿀 필요성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현 추경 요건으로는 변동성 주기가 짧고 진폭은 커지는 세계 경제의 변화 흐름 등에 대응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추경은 본래 야당의 이슈”라며 “내년부턴 정부 아닌 야당에서 추경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꽉 막힌 추경 심사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법 개정에 정부여당이 동의할지 여부부터 소요되는 시간도 문제다. 이 관계자는 “정부에서 개정안 내겠다는 의지를 밝히면 먼저 추경 심사에 착수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당은 일단 정부여당에서 추경 심사에 참여할 명분을 터줄 때까지 보이콧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광림 의원은 오는 2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추경 편성의 문제점을 상세히 알리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