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시장이 다시 약세장에 진입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주도한 산유국 감산 합의 연장에도 국제 원유시장은 공급 과잉 우려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국제유가는 20일(현지시간) 2%대 급락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2%(97센트) 떨어진 배럴당 43.23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8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1.9%(89센트) 하락한 배럴당 46.02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역시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였다. 이로써 WTI 기준으로 국제유가는 올 들어 고점 대비 20% 넘게 하락하면서 약세장에 진입하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국제 원유시장이 약세장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는 공급 과잉 우려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OPEC과 주요 산유국이 감산 합의가 불투명하자 국제유가가 급락한 영향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전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 지난해 12월 합의 이후 올 5월 OPEC을 비롯한 주요 산유국이 총 일일 생산량을 180만 배럴 줄이자는 합의를 내년 3월까지 9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국제유가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터부시&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시 대표는 “OPEC 주요국이 생산량을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 유가가 하락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이전 약세장 진입과는 매우 큰 차이”라고 지적했다.
이날도 국제유가에 영향을 줄 이렇다 할 악재는 없었다. 오히려 미국석유협회(API)는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가 270만 배럴 감소해 시장이 예상한 감소폭(210만 배럴)을 웃돌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은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은 OPEC을 중심으로 하는 산유국 감산 계획에 예외 적용을 받는 리비아의 증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최근 리비아는 2년간 독일 에너지 업체와의 법적 분쟁 탓에 유통하지 못한 일일 생산량 16만 배럴을 원유시장에 풀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리비아의 일일 생산량은 7월 말이면 100만 배럴까지 늘어나게 된다. 나이지리아도 1년 넘게 공급 차질을 빚었던 포카도스(Forcados) 터미널에서의 원유 수출이 재개될 예정이다. 이에 블룸버그통신은 나이지리아의 원유 공급이 일평균 20만~25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유가에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역시 미국이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의 원인 대부분은 미국 재고 증가 여파였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 원유 생산량이 내년까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