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을 표방하며 리서치센터 강화를 선언했던 대형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기대감에 못미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에 초대형 IB 인가 초안을 제출한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 등 5곳의 증권사 중 올해 늘린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수는 고작 1명에 불과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일본의 노무라증권과 다이와증권에 맞먹는 글로벌 IB와 인하우스 리서치조직 확대 등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의 바람과 달리, 올 들어 애널리스트 인원을 충원하지 않았다. 크레딧,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총 2명을 채용했지만, 이는 퇴사자의 빈자리를 메운 결원 충원이다. 해당 증권사의 리서치센터 인원은 올 초 96명에서 현재 89명으로 7명 감소했다. 박 회장이 목표했던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는 300여 명에 달한다.
KB증권은 5개 대형 증권사 중 유일하게 신규 연구원을 확충한 곳이지만, 규모는 스몰캡팀 단 1명에 그쳤다. 리서치센터 총 인원은 KB경제연구원 등 계열사 이전으로 올해 1월 32명에서 현재는 27명으로 줄었다. 연초 윤경은 KB증권 사장이 “기관별 맞춤형 리서치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등, 리서치센터의 위상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것을 감안할 때, 채용 규모가 초라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KB증권 관계자는 “리서치센터 강화를 위해 추가 신규 채용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3개 증권사도 올 들어 애널리스트를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초대형 IB 변신을 꾀하며 리서치센터 강화를 위해 6년 만에 베테랑급 센터장을 깜짝 교체한 한국투자증권 역시 올 들어 리서치센터 인원(62명) 변화는 없었다.
아울러 초대형 IB를 앞두고 전사적으로 IB인력을 충원 중인 삼성증권도 최근 애널리스트를 추가 영입하지 않았다. 리서치센터 전체 인원수는 올 초 73명에서 77명으로 늘었지만, 애널리스트가 아니라 보조연구원(리서치 어시스턴트·RA)이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되면서 집계된 수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밖에 국내 자기자본 기준 2위를 기록 중인 NH투자증권 역시 리서치센터 인원 수는 81명으로 올 초 대비 변동이 없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초대형 IB로 부상하는 데 있어 가장 필수적 요소는 바로 리서치센터의 강화”라면서 “기업에 대한 정확한 가치를 평가하는 능력이 있어야만, 다른 부문의 성장도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각사별 상황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각사 별로 자금 사정이 다른 만큼, 다수의 인력 충원을 무조건 요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