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 연기 논란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 시행이 사드 배치 전개를 연기하거나 철회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사드 레이더 시스템과 2개의 발사대를 배치했지만,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한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며 “사드 배치 결정은 전임 정부가 한 것이고, 나는 그 결정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배치 연기 논란이 악재로 떠오르자 미국 조야의 의구심을 불식하기 위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내가 말하는 ‘관여’는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관여와 매우 유사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놓았고, 조건이 맞는다면 관여한다는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전술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진행된 미 CBS방송의 ‘디스 모닝’과의 인터뷰에서도 새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같다는 입장을 밝히며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강조했다. 사회자가 “북한이 비핵화를 하기 전 북한과 대화를 한다는 구상은 미국의 정책과 근본적으로 배치된다”고 질문하자 문 대통령은 “그것이 미국의 정책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배치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양국의 대북정책에 근본적 차이가 없음을 강조했다.
또 “지금까지 국제 사회가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 해왔던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전제 조건 없는 대화를 말한 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워싱턴 발언 논란에 미국 일각에서 문 대통령이 ‘조건 없는 대북대화’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더불어 문 대통령은 “우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동결시키게 하고 2단계로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이루어야 한다는 단계적인 접근방법의 필요성이 미국에서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제재·압박과 더불어 대화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쓰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앞서 전날 문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돌아온 지 엿새 만에 사망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유가족에게 이례적으로 조전을 보내고 애도를 표했다. CBS와의 인터뷰에서도 웜비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는 말에 “북한이 웜비어를 죽인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사망에 이르는 데 무거운 책임이 있다”며 북한 책임론을 제기하고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미국과 동일한 입장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향후 한미 정상회담에서 웜비어 사건이 한미 간 갈등으로 촉발될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웜비어 사건이 한미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정상회담 관련 주제는 이미 조율이 된 것”이라며 “이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