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가 매섭다.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1조5000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고 있는 헬스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의 2014~2016년 남성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은 연평균 40% 가까이 증가했다. 남성 색조 화장품의 경우 지난해 무려 70%나 성장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남성 화장품 시장도 경쟁이 치열해졌다. 불과 몇 해 전까지 피부관리가 귀찮은 남자들이 한 번에 피부를 관리할 수 있는 올인원 제품이 인기였다. 그러나 시장이 커지면서 남자 전용 화장품임을 강조하는 이색 콘셉트가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최근 올리브영에 입점한 브랜드 ‘미남프로젝트’는 남자들의 도구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앞세워 눈길을 끌고 있다. 수류탄 모양의 클렌징 스틱, 총알 모양의 선 스틱 등이 소위 ‘밀리터리 마니아’의 소장욕구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베스트셀러인 ‘미남크림’은 올리브영 일부 매장에서 입점 하루만에 품절사태를 일으켜 관심을 모았다. 무엇보다 이 제품은 각각의 제품보다 공구함 디자인의 패키지가 인기다. 실제 수납 가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패키지 박스 내부에는 아크릴 거울까지 달려있어 미니 화장대로도 사용 가능하며 혼자 사는 남성들을 위한 선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3월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올리브영 입점 한 달 만에 남성카테고리 매출 상위브랜드로 진입했다.
더마 테크놀로지 코스메틱 브랜드 비알티씨(BRTC) 옴므도 독특한 컨셉 디자인의 신제품 ‘스킨 데일리 트레이너’ 4종을 출시했다. 이번 신제품 라인은 ‘피트니스 센터’ 콘셉트로, 각 제품이 남자의 건강한 피부를 책임지는 ‘트레이너’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운동 마니아’들의 파우치 아이템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중이다.
올리브영 남성 카테고리 담당 김강호 MD는 “이들 제품은 시선을 끄는 독특한 패키지 디자인이나 컨셉을 통해 평소 그루밍에 관심이 없던 남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면서 “화장품이라는 여성적 요소를 최대한 자제하고 남성들이 좋아하는 다른 요소를 키워 소장 욕구와 함께 남성 전문 브랜드로써 존재감까지 돋보이게 만드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키덜트 족을 겨냥한 콜라보 제품도 있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의 남성 스킨케어 브랜드 보닌은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와 협업한 제품을 한정 출시했다. 주로 여성 소비자를 상대로 인기 캐릭터 콜라보에 주력했던 당시 화장품업계에서는 눈에 띄는 행보로 주목받은 바 있다.
올해는 비오템 옴므가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블록 완구 브랜드 옥스포드와 콜라보레이션 한 ‘비오브릭 선물세트’를 출시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남성 화장품 시장이 다변화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마케팅의 방점이 제품의 기능적 측면에 맞춰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더욱 다양해지는 남성 소비자들의 시각적 만족과 함께 소유욕을 충족하기 위한 콘셉트 디자인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