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 정부가 할 일, 해서는 안 될 일

입력 2017-06-21 10:42 수정 2017-08-0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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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전 건설교통부 장관

새 정부 들어 정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공무원 증원 등으로 일자리 81만 개를 만든다. 이를 위해 11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기초연금 인상도 추진한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한다. 이동통신사의 기본료를 폐지하라고 압박한다. 카드 수수료도 인하를 추진한다.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한다.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다. 공기업 성과연봉제 추진을 포기한다 등 다방면에 걸쳐 재정 확대와 정부 개입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진보적인 정부는 시장 기능을 과소평가하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세계화로 인하여 각국에서 빈부격차가 커짐에 따라 정부 개입의 축소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결과 시장 기능보다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새 정부는 큰 정부를 주장한다. 큰 정부 주장의 논리는 과거에 비해 경제성장의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적어져 일자리 부족 문제가 심각하고 경제양극화도 심화했는데, 이것을 시장 기능에만 맡겨 해결할 수 없으므로 정부가 나서서 직접고용을 늘리고, 복지지출도 늘려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정부의 역할 확대가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최근 빈부격차 심화 등으로 정부 역할 증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 역할은 시장 기능이 할 수 없는 분야로 제한되어야 하며 시장 기능이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오히려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분해야 한다. 정부의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 하기 좋은 여건 조성이다. 일자리 창출이 최대의 과제인데,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규제완화, 노동개혁, 교육개혁, 창업여건 개선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떨어지면 규제개혁 등으로 이를 개선토록 해야지 정부가 대신 고용창출을 하겠다는 것은 민간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복지 증대로 인해 재정규모는 커질 전망이다. 미래 세대에 부담이 안 되도록 재정구조 개혁과 정부 생산성 향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공기업의 성과연봉제는 효율성 증대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인데 대안 없이 이를 포기토록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정부가 경계해야 할 일은, 의욕이 넘쳐 해서는 안 될 일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등은 기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행정 편의적 시책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 비정규직이 성행하게 된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 정부 규제로 이를 고치려는 것은 오히려 고용을 축소시켜 청년실업을 키울 것이다. 강제적인 통신료 인하, 전월세 규제, 공정위의 치킨 가격 규제 등 과도한 가격규제 추진도 시장 기능을 왜곡시켜 부작용이 우려된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대선을 치른 프랑스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올랑드 사회당 정부의 경제장관이었는데 법인세 33%→25% 인하, 공무원 12만 명 축소,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큰 정부에 대한 반성으로 시장 기능 위주로 바뀌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과거 프랑스가 실패한 큰 정부 모델을 따라가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정부 역할의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 개입은 시장 기능의 실패를 보완하는 선에서 최소화해야 하며, 정부가 시장 기능을 대체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양극화 해소, 복지 확대 등 필요한 정부 역할은 확대하되, 투명성 확대, 재정개혁 등 정부의 생산성 향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자칫 경제는 활력을 잃고 재정부담만 크게 늘어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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