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아메리칸항공, 카타르항공의 자사 지분인수에 ‘찜찜’

입력 2017-06-2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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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권 국가들의 ‘카타르 단교 사태’로 중동 지역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카타르 국영 항공사 카타르항공이 미국 항공사 아메리칸항공(AA) 지분투자에 나섰다. 예상치 못한 중동 항공사의 배짱 투자에 미국 항공업계는 당황스럽다는 분위기다.

AA는 22일(현지시간) 카타르항공이 이달 초 아메리칸항공그룹 주식 1670만 주를 21일 종가 기준으로 8억800만 달러(9199억원)에 사들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AA 지분의 최대 10%를 인수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카타르항공은 이날 AA 측의 발표와 별개로 성명을 내고 AA 이사회의 동의가 필요없이 지분을 사들일 수 있는 최대 지분(4.75%)만큼 사들일 계획이며 이후 AA와 미국 당국으로부터 동의를 구해 지분 규모를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AA 측은 카타르의 이같은 투자 의사 통보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더그 파커 AA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카타르항공의 지분 투자 제안에 대해 “행복하지 않다”면서 “카타르항공의 접근으로 이상하고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외국계 기업이 미국 항공업계에 지분 투자하는 일은 굉장히 드문 일인데다 그간 두 항공사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AA를 포함한 미국과 유럽 항공사들은 카타르항공과 에미레이트항공, 에티하드항공 등이 각종 정부 보조금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규모 면에서도 카타르 항공이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나 규모 면에서는 여러모로 큰 격차가 있다. AA는 매출이나 운항실적 기준으로 세계 최대 항공사로 시가총액은 약 240억 달러에 달한다.

업계 전문가들도 카타르의 AA 지분 인수가 순수한 투자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카타르항공의 지분 투자 계획은 이집트 등 중동 4개국이 카타르에 대한 단교와 더불어 영공통과를 금지해 카타르의 하늘길이 막힌 가운데 나왔다. 단교 초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동 국가들의 단교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후 미국 국무부는 해당 문제에서 뒤로 물러나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우디가 동맹국인 동시에 카타르가 미국 해외 군사적 기점이기 때문이다.

한편, 설립된 지 20년 된 카타르항공은 가장 빠르게 사세를 확장한 항공사 중 하나로 평가된다. 카타르항공은 지난 2015년 브리티시에어웨이스 지분 9.9%를 인수한 이후 수 차례 추가 지분 매입을 통해 현재 약 20%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밖에 남미의 라탐에어라인그룹과 이탈리아 제2항공사인 메리디아나 등 다른 항공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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