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수영(34)씨는 집으로 맥주가 배달되자 벌써 피로가 풀린 기분이다. 한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폭염에다 따가운 자외선 때문에 최대한 외출을 피하고 싶은 김씨는 요즘 집에 들어오면 곧장 맥주부터 들이킨다. 맥주 애호가인 김씨는 ‘맥주 정기 배송’ 서비스를 통해 매달 정기적으로 수제 맥주를 배달받고 있다. 김 씨는 “톡 쏘면서도 상쾌한 맥주를 집에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 마시고 있으면 일상을 탈출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벌써부터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맥주를 집으로 배달해 즐기는 홈술족이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주류 관련 고시 규정이 개정되면서 음식과 함께 맥주 배달이 허용돼 기존 맥주 전문점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프리미엄 수입 및 수제 맥주를 캔맥주 형태로 손쉽게 배달해주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따른 현상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작년 7월까지만 해도 불법이었던 주류 배달이 고시 개정안에 따라 음식과 함께 소량 판매되는 주류, 대면 판매가 이뤄지는 주류 배달은 허용됐다. ‘홈술족’ ‘혼술족’ ‘야구장 맥주보이’ 등이 흔해졌는데 규정이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이 있어 일부 개정된 것이다.
이에따라 다채로운 맥주들을 편리하게 배달해주는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맥주 스타트업 업체 벨루가 브루어리는 맥주를 우유처럼 정기 배송해주는 ‘벨루가’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전문 비어마스터가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수입 및 수제 맥주와 안주 등을 선정한 ‘맥주 큐레이션’형태로 멤버십 회원에게 정기 배송해준다. 어떤 맥주가 배달될지 모르기 때문에 기대감이 더해져 이색적인 맥주를 찾는 이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외식기업도 맥주배달 서비스에 나섰다. 종합 외식기업 SF이노베이션이 운영하는 스쿨푸드의 배달전문매장 스쿨푸드 딜리버리는 올해 처음으로 국내외에서 인기 있는 수입 캔맥주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쿨푸드 딜리버리에서 배달하는 수입 맥주는 크로넨버그, 기린이치방, 코젤, 밀러 등 4종으로 각각 프랑스, 일본, 체코, 미국을 대표하는 인기 맥주다. 사이드 메뉴로 허니 메가크런치와 크런치 오징어, 일본식 가라아게와 새우볼 튀김으로 구성된 ‘허니 딥 후라이즈’도 출시해 맥주 안주로 제격이라란 평가를 받고 있다.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프리미엄 수제 맥주를 캔에 담아 판매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수제 맥주 전문점 크래프트브로스는 40여 종의 수제맥주를 전용 캔에 밀봉해 테이크아웃 형태로 판매하는 ‘캔 메이커’ 서비스를 시작했다. 크래프트브로스는 약 350㎖ 용량의 수제 맥주를 캔에 밀봉시켜 평균가격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이은 폭염과 열대야로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줄면서 배달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며 “한여름의 야식이라 할 수 있는 맥주를 간편하게 집에서 즐기려는 홈술족이 계속해서 늘고 있어 맥주 배달 서비스가 본격적인 성수기에 돌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