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다음 개혁 대상으로 지목했다.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고, 삼성꿈장학재단의 삼성그룹과의 특수관계 여부도 감시망에 포함됐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 같은 내용의 공정정책 중장기 과제를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우선 공정위는 공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담합·지배구조 개선 등과 관련한 공공기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날을 세울 전망이다.
김상조 위원장도 ‘임기 3년 동안’공기업의 불공정 관행에 메스를 가할 뜻을 드러낸 만큼, 고강도 드라이브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이번 공기업의 불공정행위 근절 안은 지난 2014·2015년 국가공기업·지방공기업 조사 이후 2년만으로 대대적인 유형을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 당시 공기업의 불공정행위 시정 대상에 포함된 국가공기업은 302개, 지방공기업은 398개 규모다.
공기업 대상 중 자회사 등에 일감을 몰아준 한국전력·도로공사·철도공사·가스공사의 경우는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에서는 자산 규모 200조원이 넘는 한국전력 등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규제 대상에 벗어난 선 굵은 공기업들이 집중 타깃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아울러 구글·페이스북 등 빅데이터 관련 IT 기업을 향한 시장지배력 남용 유형도 검토 대상이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글로벌 IT 기업의 정보 독점에 대한 ‘공정질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세계 경쟁당국들도 저마다 규제 강화에 나서는 등 글로벌 IT 기업의 정보 독점을 정조준하는 추세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는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게 한 페이스북을 타깃으로 삼은 바 있다.
최근 일본도 데이터 수집 방법 및 배타적 활용을 들여다보는 등 글로벌 IT 기업의 정보 독점에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정보 독점이 경쟁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게 위원장의 판단”이라며 “미래의 새로운 산업을 지탱할 시장구조를 위해서는 IT 기업의 정보 독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으로는 삼성꿈장학재단의 삼성그룹과의 특수관계 여부도 감시망에 포함됐다. 삼성꿈장학재단은 삼성 X파일 사건 이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사재를 털어 만든 사회환원 차원의 공익재단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현 법체계에서 삼성꿈장학재단은 삼성의 특수관계인이 아닌 것이 맞을 것”이라며 “삼성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2009년 이후 많은 시간이 흐른 만큼 이를 살펴보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사회와 시장이 특수관계도 아닌데 왜 주식을 보유하냐는 의구심을 갖는다면 기대에 맞는 조치를 해야 한다”면서 “동일인 관련자에서 제외된 비영리법인이 제외 요건에 해당하지 않게 되면 제외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