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오늘 한미일 컨소시엄과 계약…WD, SK하이닉스에 계속 태클

입력 2017-06-27 08:31 수정 2017-06-2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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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에 SK하이닉스가 큰 고민거리로 부상했다.

도시바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도시바메모리 매각의 우선협상자로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컨소시엄을 선정했는데, 도시바와 협력관계를 이유로 매각을 반대하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SK하이닉스가 우선협상자에 낀 걸 문제삼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우선협상자 중 유일한 반도체 회사여서 나중에 자사의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때문으로 보인다. WD는 26일에도 도시바에 서한을 보내 이런 뜻을 내비쳤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WD는 26일 도시바 측에 서한을 보내 도시바메모리 매각 반대 의사를 재차 전달했다. 스티븐 밀리건 WD 최고경영자(CEO)는 서한에서 “(한국)SK하이닉스가 단순히 대출로 자금을 제공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며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우선협상자에 선정된데 대해 강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이는 27일 한미일 컨소시엄과 도시바메모리 매각 계약을 체결할 예정인 도시바에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도시바는 27일 매각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각 진영의 출자금액 및 특허 관련 권리 이용 약관 등을 정해 최종계약서를 작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문은 계약의 세부사항을 다듬는데 시간이 걸리면 계약은 28일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도시바와 우선협상자 측은 인수금액과 조건 등은 대략 합의했다. 다만, 도시바는 WD의 소송 위험을 감안해 매각이 중단됐을 경우 재협의 조항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미국 원전 자회사에서 발생한 거액의 손실로 자금조달이 시급한 만큼 일단 매각을 완료하고 보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WD 리스크를 떠안은 채 계약을 체결하는 만큼 계약 후에도 문제의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기업이어서 일본 측 입장에서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만큼 독점금지법 심사 통과를 고려해 출자가 아닌 융자 형태로 참여한다. 한미일 컨소시엄은 도시바메모리 인수가로 2조1000억 엔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에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어떻게 합류할지가 초점 중 하나라고 지적돼왔다. 쓰나가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매각에 참여하는 해외 기업 중 대만 기업은 거부하고 한국 기업은 인정한 이유에 대해 “하이닉스는 3개사 중 1개사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 뿐으로 의결권이 없어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향후 경영에 적극 관여할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신문은 전했다. 세계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10%대로 5위다. 기술 개발에서도 세계 1위인 삼성전자와 2위인 도시바에 뒤지고 있어 위기감이 강하다. 하지만 대용량 3D 메모리 양산에 필요한 비용은 수 천억 엔 규모에 달해 단독 투자는 엄두가 안 나는 상황. 그렇다고 수수방관했다가는 상위 기업의 독점이 심해져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이번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 참여한 배경이다.

무엇보다 매각의 가장 큰 걸림돌은 WD가 SK하이닉스의 참여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WD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주식 매각 이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는 언젠가 자금이 풍부한 SK하이닉스에 매각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에 강한 경계심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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