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돈 이야기]우량기업도 국경 넘으니 ‘신불자’ 신세?… “다 국가신용등급 때문”

입력 2017-06-28 11:21 수정 2017-06-2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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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만 없으면 신용등급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빌린 자금을 약속한 시점에 상환하지 못할 경우 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연체만 피한다고 해서 높은 등급을 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그 사유와 기간에 따라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은행권에서는 수신 실적만 좋은 고객보다 여신, 펀드, 신용카드, 방카슈랑스, 환전 등 다양한 금융거래를 한 고객에게 더 높은 신용등급을 주고 있다. 이는 수신거래만 하는 고객의 경우 대출상환 등에 따른 신용도를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거래 내역뿐 아니라 신상정보 또한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직장에 다니는 고객의 경우 단순히 소득수준이 높으면 신용등급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소득 외에도 재직회사의 상장 여부, 정규직 여부 등도 고려 대상이 된다.

신용등급을 올리는 금융생활 습관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대출은 건전한 금융기관을 통해서 받으며 연체는 절대 하지 않는다. 신용카드 한도는 최대한으로 잡되 실제 사용은 자제한다. 불필요한 신용조회는 하지 않는다. 자신의 신용도 변화를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확인하는 것 등이다.

개인의 신용등급을 매기는 것처럼 국가에 대해서도 신용등급이 매겨지고 있다.

국가신용등급(sovereign credit rating)은 한 나라가 채무를 이행할 능력과 의사가 얼마나 있는지를 등급으로 표시한 것이다. 이는 특정국가가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할 때 국제금융 시장에서 차입금리나 투자여건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투자자들에게는 발행채권의 위험수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특정국가의 정부채무 불이행(default) 여부 가능성을 측정하는 지표이기도하다. 이 국가신용 등급이 좋지 못하면 아무리 실적이 좋은 우량기업일지라도 결국엔 좋은 신용평가를 받을 수 없다. 이는 개별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신용평가도 해당 국가의 신용등급을 토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국가신용 등급을 매기는 요소는 크게 정치적 요소와 경제적 요소로 나누어진다. 정치적 요소로는 정치체제의 안정성과 정통성, 국제금융 시장과의 통합도, 국가안보상 위험요인 등이 있다. 경제적인 요소는 소득수준 및 분포, 경제성장률, 인플레이션, 공공채무부담, 외채, 외환보유고 수준, 대외채무 불이행 경험 등이 고려된다.

이러한 국가신용등급을 매기는 신용평가기관으로는 무디스(Moody's), S&P(Standard & Poor’s), 피치(Fitch IBCA) 등 3대 신용평가사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국제사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 국제신용평가 기관이 평가하는 대상채권은 장기와 단기로 나누어지는데 중요한 것은 장기채권이다. 이는 사실상 국채의 신용등급을 의미하며, 국제금융 시장에서 차입금리나 투자여건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투자적격 채권의 범위는 무디스는 Baa3, S&P와 IBCA는 BBB- 이상이다.

국가신용등급이 높게 나오면 국가 이미지 개선과 금융비용의 절약으로 연결된다.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가능하며, 해외투자자의 유치와 해외자금 조달이 용이해지게 된다. 또 국가브랜드를 제고시켜 수출증대를 가져오기도 해서,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국가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된다.

이 국가신용등급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계속 변화한다. 평가기관들은 신용을 정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대상 국가를 관찰하면서 등급을 조절하고 있다. 그 평가기준은 ‘긍정적’(등급상향 가능성 높음), ‘안정적’(당분간 유지), ‘부정적’(등급하향 가능성 높음)으로 나뉘며, 이를 통해 앞으로의 국가신용 상태를 대략 예견할 수가 있다.

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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