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잘나가던 증시에 한 번씩 발목을 잡는 것이 있다. 바로 공매도(空賣渡)이다. 지난해 9월 한미약품 사태가 그랬고, 올해 엔씨소프트에 대한 공매도 문제도 그렇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공매도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공매도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 접근성이 취약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것이다. 공매도란 말 그대로 ‘없는 걸 판다’란 뜻으로,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보통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행해지는 투자 형태이다.
전문가들은 공매도의 순기능에 주목하면서 실(失)보다는 득(得)이 많다고 분석하고 있다. 즉, 좋은 정보든 나쁜 정보든 주가에 빠르게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악재(惡材)가 제때 반영되지 않을 경우 주가에 버블이 발생해 그 피해는 결국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의 공매도 제도상에서의 모든 피해는 개인투자자들의 몫이다. 정보 접근에 대한 비대칭성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9월 30일 한미약품에 대한 공매도 주문이 5만 주 이상 쏟아졌다. 하루 전날 한미약품은 미국 제약사와 1조 원 이상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음에도 기관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에 베팅하면서 공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개인투자자들은 호재(好材)에 반색하며 투자했지만, 결과는 계약해지로 이어져 한미약품의 주가는 하루 동안 무려 18% 하락하고 말았다.
이처럼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따른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있다. 개인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매도 제도는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로 여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개인투자자들은 기관 투자자들에게 돈, 정보, 순발력 등 모든 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공매도 공시제도를 도입했지만, 이 또한 무용지물이다. 개인투자자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3영업일이 지나야 하지만, 이미 기관투자자들이 판을 다 쓸어버리고 난 뒤이다. 또 증권사들끼리는 짜고치는 고스톱처럼 공매도에 합세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공매도의 실제 주체를 알기도 힘들다. 증권사 이름으로 공시하기 때문이다.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공매도 당사자일 경우가 많은데, 정작 공시는 공매도를 중개한 증권사 이름으로 낼 뿐이다.
물론 공매도에도 순기능이 있다. 주가 거품을 제어한다든지, 하락장 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얻어터지는 대상이 매번 같다면 좀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 공정한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공매도 종합포털을 개설해 각종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과연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앞으로 공매도에 대한 규제와 정보의 전달 등에 금융감독당국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의도적인 공매도 투기세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