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H5N6형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는 초동 대응 실패로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AI 발생 두 시간 만에 아베 총리가 총리 관저에 위기관리센터를 설치하고, 자위대를 총동원해 24시간 내 살처분 작업을 완료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같은 바이러스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피해 규모는 우리의 고작 3% 정도에 그쳤다.
필자는 당시 AI를 단순한 가축 전염병이 아닌 국가재난이라고 명시했다. AI·구제역·지진 등 오늘날 시대 상황에 맞게 국가재난의 개념을 새로이 정비하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지난해 12월 20일 국회 대정부 질의를 통해 당시 황교안 총리와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초동 대응 미흡과 국가재난 관리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했다. 더욱이 필자는 2008년 농식품부 장관으로 재직 시 AI 발생에 신속한 초동 대응으로 유엔으로부터 AI 모범국가로 인정받은 바 있기에, 가축 전염병을 국가재난으로 간주해 축산 농가와 상인들의 민생을 촘촘히 살펴줄 것을 국무위원들에게 강력히 주문했다.
이후 필자는 바른정당 AI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위원장으로서 가축 전염병 발생지의 거점 소독시설에 긴급 현장점검을 하는 한편, AI·구제역·지진 등의 국가재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수차례 전문가 회의를 열었다. 국회와 농식품부, 국방부, 양계협회, 수의사, 축산 농가들이 함께 허심탄회한 토론을 통해 대책을 마련했다.
당시 필자가 직접 제안하고 국방부와 농식품부의 의견을 조율하며 끈질기게 추진했던 정책들이 4월 13일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AI·구제역 방역 개선 대책’으로 발표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대표적인 내용으로 △살처분 작업에 군의 특전사 부대를 즉각 투입하는 국가재난구조부대 △위기 경보 단계 축소 △가축 전염병 상습 발생지의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 등이 있다.
그렇게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고심하는 사이, AI가 또다시 발생하며 토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필자는 지금이 축산업 전반을 재정비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축산업은 우리나라의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못했던 탓에 관리가 소홀했고 발전도 더뎠다. 그것이 이번에 필자가 축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이유다.
이달 8일 관계부처, 축산 농가, 국회 법제실과 논의해 축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지자체의 정기점검 책임을 강화하고, 농식품부가 축산 환경 개선 계획을 주기적으로 수립하도록 하며, 축산환경관리원을 축산 환경 개선 전담 기관으로 지정하는 한편, 축산업을 신규로 허가받는 농가는 처리·배출시설을 허가받고 매몰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재 가축전염병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준비 중이다. 축산업 전반의 관계 법률안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도 관계부처와 관련단체, 축산 농가와 꾸준히 소통하며 필요한 정책과 사업들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힘을 보태겠다. 지금 이 시기가 가축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우리나라 축산업 전반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중요한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