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조선사에 비올 때 우산 뺏는 은행권 관행 심각

입력 2017-06-2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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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조선업체 대상 은행보증 발행…전체 금액의 1%

일감절벽으로 극심한 경영난에 빠져있는 중소형 조선사들에 은행들이 올해 들어 사실상 선수금환급보증(RG) 중단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28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은행권의 중소조선사 대상 선수금 환급보증(RG) 발행이 전체 실적의 단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RG는 선박이 계약대로 인도되지 못하면 발주사가 조선사에 낸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지급해준다는 일종의 보증서로 은행으로부터 RG가 발급돼야 비로소 수주계약이 성사돼 조선사가 조업에 착수하게 된다.

17개 국책ㆍ시중은행이 올해 4월까지 조선사를 대상으로 신규 발행한 RG는 1조4200억 원(35건)으로 이 중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 등 ‘빅3’ 조선사에 전체 발행금액의 99.0%인 1조4059억 원이 집중됐다.

반면, STX조선, 한진중공업, 성동조선, SPP조선, 대선조선 등 5개 중견조선사에 발행한 RG는 66억 원(1건)에 그쳤으며, 소형조선사는 75억 원(4건)에 그쳤다.

은행들이 조선사들을 대상으로 2015년 15조4883억 원(356건)의 RG를 신규로 발행했지만 2015년 말부터 시작된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지난해엔 3조3498억 원(127건)으로 전년 대비 금액 기준 78.4%나 축소됐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은행들이 RG 발행을 꺼리고 있는데 이 같은 추세라면 올 한해 실적은 2015년 대비 70% 이상 감소될 전망이며, 특히 중소조선사는 90%이상 축소 돼 조선사들의 줄도산 위기까지도 우려된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특히, 조선업 불황 속에서도 RG발행을 주도해 오던 국책은행들이 올해 들어서는 시중은행보다 더 적게 발행해 조선업 회생을 위한 정책금융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은행들은 2015년 전체 발행금액의 75.0%인 11조6196억 원, 지난해에도 전체의 78.4%인 2조6254억 원을 발행했지만, 올해 들어선 시중은행 발행실적 7552억 원에도 못 미치는 6648억 원 발행에 그쳤다.

게다가 조선소가 밀집된 부울경과 호남 지역에는 부산ㆍ경남ㆍ전북ㆍ광주은행 등 지방은행들이 소재하고 있지만 RG 발행은 부산은행이 지난해 소형조선사 대상으로 64억 원(1건)을 발행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방은행들은 전무하다.

2015년부터 올 4월까지 시중은행들은 같은 기간 대형조선사에 4조9351억 원(147건)의 RG를 발행했으나 중소조선사에는 4131억 원(15건)으로 전체금액의 2.0%에 그쳤다. 올 해 들어 중소조선사 대상 단 한 건의 RG발행도 없었다.

은행별 발행실적에선 수출입은행이 전체의 37.1%인 7조5079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산업은행 6조3318억 원(31.3%) △우리은행 1조8440억 원(9.1%) △농협 1조3689억 원(6.8%) △기업은행 1조701억 원(5.3%) △국민은행 8754억 원(4.3%) △KEB하나은행 6899억 원(3.4%) △신한은행 4521억 원(2.2%) 등 순이었다.

정유섭 의원은 “중소조선사들에 비 올 때 우산 뺏는 은행들의 관행이 되풀이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말로만 조선 산업을 살리겠다고 하고 있다”며 “강도 높은 금융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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