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주주, 네슬레 어디까지 흔드나…자사주 매입에 본업 식품사업까지 재검토

입력 2017-06-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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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식품업체인 스위스의 네슬레가 행동주의 주주의 압박에 굴복해 자사주 매입에 이어 본업인 식품사업까지 재검토하기로 했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대니얼 롭이 경영 전략 개선을 요구하자 네슬레는 최근 높은 성장률을 보인 물, 커피, 어린이 영양식, 펫 푸드 사업에 대거 투자할 방침을 밝혔다.

최근 행동주의 투자자 롭이 이끄는 헤지펀드 서드포인트는 네슬레의 주식 4000만 주를 약 35억 달러(약 4조40억 원)에 사들이며 본격적으로 경영에 간섭했다. 서드포인트가 사들인 주식은 네슬레 지분의 1.25%에 해당한다. 서드포인트는 네슬레의 경영 전략이 전면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동주의 투자자의 압박에 굴복한 네슬레는 27일(현지시간) 2020년 6월까지 244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하루 뒤 포장 식품에서 수익성이 높은 사업군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키로 했다고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날 네슬레는 고성장 사업에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생수, 커피, 유아식, 펫푸드 등에 투자 지분을 높이는 대수술에 나선 것이다. 네슬레는 현재로서는 특정 브랜드를 매각하겠다고 밝히진 않았다. 다만 “전략과 성장 목표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본토벨자산운용의 장 필립 버치 애널리스트는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3~4년간 네슬레는 냉동식품, 아이스크림, 피자 브랜드를 지워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위스금융서비스업체인 케플러쇠브뢰의 존 콕스 애널리스트는 “몇 년 안에 네슬레는 냉동식품, 제과, 시리얼 등 사업체를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네슬레가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물, 커피·음료, 애완동물 사료 등의 사업군은 작년에 비교적 높은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 물은 5%, 음료는 4.6%, 애완동물 사료는 5.3%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설탕을 멀리하고 건강한 식생활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과자·초콜릿, 아이스크림, 반조리 식품 등 사업군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작년에 과자·초콜릿은 1.8%, 아이스크림은 1.6%, 반조리 식품 사업군은 2.7%의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

다만, 반조리 식품 등 사업군은 성장은 부진하지만 여전히 네슬레의 가장 큰 수익원이다. 현재 반조리 식품은 네슬레 전체 매출의 13.6%를 차지한다. 제프리스인터내셔널의 마틴 데부 애널리스트는 “네슬레는 자사의 매력적인 사업부를 맨 뒷줄에 세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봐다.

한편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네슬레가 27일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것이 자체 성장 둔화를 방증하는 것이라며 신용 등급을 강등했다. 네슬레의 신용등급은 기존 ‘AA’에서 ‘AA-’로 하향 조정됐고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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