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권의 생글센글]기업의 사회적책임(CSR)과 가치창출을 위한 협력

입력 2017-06-2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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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과 CSV, 협력 속에 답이 있다

기업 경영의 요지는 위기를 극복하며 성장을 지속하는 것이다. 문제는 기업의 내외적 환경이 시시각각 바뀌기 때문에, 지금 어떤 위기가 도래하며 그 속에서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할지에 대한 판단이 막막하다는 점이다. 내외부의 문제들은 복잡하다. 문제의 본질은 하나로 단순하게 환원되지 않고, 문제의 종합적인 크기와 성격은 개별문제들의 산술적인 합산과는 다른 차원에 존재한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역량은 협력 역량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의 모든 솔루션이 한 기업 안에 있는 경우는 없다. 이 문제에 대한 지혜와 경험, 새로운 생각을 가진 다양한 내외부의 집단들의 협력이 곧 솔루션이다.

최근의 기업환경에서 첫 번째로 주목하게 되는 것은 기업 내의 사회적책임(CSR) 혹은 지속가능경영 파트의 기능 속에 있는 협력의 역할이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은 기업이 내재하고 있는 지배구조, 노동, 거래, 환경, 소비자, 인권의 모든 이슈들에 대한 일종의 지구적 차원의 기준을 제시한다. 이 기준은 단순한 규범이 아니다. 즉 옳으니까 해야 한다는 식의 윤리적인 주장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분석된 기업의 내외부적 위기요소들에 대한 관리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 실제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프랜차이즈의 갑질 문제, 노동자의 권리문제, 공급망에 포함된 인권의 문제,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모두 사회적책임(CSR)에서 이미 중요하게 다뤄왔던 주제들이다. 소비자와 노동자, 시민의 인식변화와 기업에 대한 기대치의 증가, 정부정책의 변화와 글로벌 투자환경의 변화들이 이 문제들을 더욱 심각하고 중대하게 ‘증폭’시키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이 ‘증폭’에 대해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자. 지금 기업의 사회책임부서 중 최근 세 달 사이 다른 기업에서 발발해 사회문제화된 사회책임의 이슈들을 수집하고, 이 문제들을 자기 기업의 입장에서 검토하고 그 영향력을 분석하고 예방책과 관련 정책의 변화를 제안한 실적이 기업 당 몇 건이나 될까? 자가진단을 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제안을 상시적으로 하는 것이 사회책임부서의 역할인데, 기업에서 사회책임부서는 이런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인터뷰를 해보면, 대개 오너나 경영진이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는 답을 듣게 된다. 필요한 예산이 없고, 일을 추진하기 위해 타부서와 공조가 필요한데 그런 경험이 없고, 어렵게 만든 제안에 대한 피드백은 무성의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협력이다. 기업의 경영진이 단기 실적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라면 더욱 협력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기업 외부에서 우리 기업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수집하고, 기업 내부에서 이와 연관된 이슈들을 가진 부서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조직이 단기, 중기, 장기에 걸쳐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의 요소들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고 이에 대한 대응정책과 실행방안을 제안할 수 있는 추진체계를 구성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협력이다. 협력은 사회책임부서의 라이프스타일, 업무상의 일상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기업의 사회가치창출 부서의 협력이다. 최근 코스리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피에르 하일브론(Pierre Heilbronn)부총재와 함께 우리 기업과 유럽부흥개발은행의 연계점을 찾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해외에는 많은 비즈니스의 기회가 있다. 특히 건설, 플랜트와 같은 큰 자본을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도 있다. 유럽부흥개발은행은 동유럽, 코카서스, 중앙아시아, 지중해 연안에 있는 36개 국가들의 시장경제의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미 유럽부흥개발은행은 91년 이후 4,700여 개의 개발협력프로젝트를 지원해왔다. 유럽부흥개발은행은 직접 지원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과의 신디게이트를 통한 레버리지도 창출할 수 있다. 유럽부흥개발은행이 지향하고 있는 시장경제의 가치는 경쟁력이 있고(competitive), 포용적이고(inclusive), 회복력이 있고(resilient),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고(well-governed), 통합적이며(integrated), 지속가능한(green) 것으로 요약된다. 따라서 이들은 포용경제전략(economic inclusion strategy)와 지속가능한 녹색경제(green economy)를 위해 투자한다. 여성기업을 활성화하고 청년에게 직업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공공기반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유럽부흥개발은행이 협력을 위해 토론을 원했던 파트너가 기업의 사회가치창출 파트들이었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의 사회공헌팀, CSV(공유가치창출)팀, CSR팀이 내재하고 있는 가치와 경험들은 글로벌개발금융기구와 기업의 협력을 가능케 하는, 해당 기업의 잠재력이다. 문제는 기업의 사회가치창출 부서의 업무 범위 속에 이러한 협력에 대한 탐색이 포함되어 있는가, 이러한 외부 협력의 기회를 사업부서와의 공조로 전환할 수 있는 기업 내의 협력 체계가 있는가 등이다. 사회가치창출 부서의 역할은 무엇인지, 사회가치창출 부서 담당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무엇인지 다시 고민이 필요하다.

사회가치창출 부서가 기업의 핵심으로부터 멀어지고, 기부나 민원해결 혹은 홍보를 위한 계기를 만들어주는 부서로 인식될수록 가치창출의 기회는 사라진다. 가치창출 없는 이윤의 축적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사회가치창출 부서의 적극적인 협력은 기업에게 특별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가끔 협력을 어려워하는 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협력을 개념화하고 정책화하려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협력의 주요한 산출물은 정책이 아니라 태도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즉, 협력은 시스템일 수도 있지만, 태도일 수도 있다. 태도는 기업의 문화가 외부로 드러나는 형식이다. 기업의 문화를 바꾼다면 협력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특히 우리 기업들이 집중해서 고민해볼 문제다.

고대권 코스리(한국SR전략연구소) 미래사업본부장 accrea@kos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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