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GDP통계 보완·개선시점 왔다 “환경·행복 등 복지와 디지털·공유경제 담아야”

입력 2017-06-2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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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교육 등 위성계정 개발해 기존 GDP통계와 투트랙..새로운 추정기법도 개발해야

“내 친구 K는 성공한 사업가였고 꽤 많은 자산도 축적했다. 그런데 얼마전 하던 일을 그만두고 홍천의 M마을에 전원주택을 짓고 지금은 아내와 텃밭을 가꾸며 지내고 있다. 그는 더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 전원생활이 더 행복하다고 한다.” - 사례 1.

“M마을은 주로 고령 농부들이 소규모 농사를 짓고 살고 있었는데 풍광이 좋아 K가 정착한 이후 K의 친구인 자산운용회사의 사장도 근처에 큰 저택을 짓고 주 3~4일 정도 머물게 됐다.” - 사례 2.

“M마을에는 K 이외에도 예쁜 전원주택에서 주말을 보내는 젊은 직장인과 은퇴자들이 있다. 주중에 서울에서 생활하는 직장인들 중 일부는 주중에 비어 있는 자신들의 전원주택을 에어비앤비(Airbnb)사에 등록해 임대수입을 올리고 있다.” -사례 3.

한국은행 내에서 국내총생산(GDP) 통계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를 보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표적 경제지표인 GDP통계를 한은이 집계해 발표한다는 점에서 한은내 이같은 주장은 향후 GDP통계가 빠르게 재편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김영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6월호 한은소식지 한은칼럼을 통해 “GDP통계를 다시 한 번 보완, 개선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GDP통계가 △환경과 건강 등 인간의 복지를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다는 점 △국민들의 소득 분포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 △에어비앤비와 우버로 대표되는 디지털·공유경제를 누락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에 따라 최근 국제적 논의와 대응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앞선 사례 1, 2, 3의 경우 우선 K의 선택은 더 높은 복지 상황을 가져다주지만 GDP를 줄일 수 있다. 부자인 K친구 자산운용사 사장이 M마을에 오면서 M마을 전체 1인당 국민총소득(GNI) 평균도 크게 올린다. 또 에어비앤비에 등록해 임대수익을 올리더라도 사업체로 등록하지 않았을 경우 GDP통계에서 누락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GDP통계가 갖는 고유 특성도 있는 만큼 이를 이해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1940년대 미국 국민계정의 초석을 마련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조지 재스지(George Jaszi)는 GDP통계를 가능한 한 객관적 지표로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GDP가 환경, 행복 등 복지수준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자신의 탄생 목적에 맞지 않게 비판받고 있는 것은 GDP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차원에서 GDP지표에 환경악화 등을 차감처리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경제변수로서의 GDP는 그 맛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며 “재정·통화정책 방향 전환의 신호로, 경제정책 영향 평가의 잣대로, 기업의 투자 결정의 요인 등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GDP 성장을 제1목적으로 경제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환경이 파괴되고 인류 복지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GDP는 중심계정으로 유지하고, 환경·교육 등 주요 복지 내용은 위성계정으로 개발하는 투트랙 방식이 좋겠다”고 밝혔다.

또 지니계수나 10분위별 소득 등 별도 설문이 아닌 GDP내에 소득분포 정보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설문 기초자료와 거시 국민계정 데이터를 연결해 새로운 소득분포를 보여주는 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공유경제를 포함하기 위해 개인간거래(P2P)를 식별하는 기초자료를 확보하고 추정기법을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은은 지난해 7월 한은내 국민계정연구반을 설치하고 2019년 3월 GDP통계의 기준년 개편에 맞춰 디지털·공유경제 등을 GDP통계에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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