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스타일이 아닙니다. 스타일은 과거를 모방하지만 디자인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산업디자인계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카림 라시드(57)는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를 둘러싼 제품을 더 잘 디자인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작가는 “디자인은 과거가 아닌 현재에서 영감을 얻어 미래를 형성해 가는 것"이라면서 디자인으로 사람과 세상을 더 낫게 바꿀수 있다는 자신의 철학을 강조했다.
이집트 출신으로 미국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그는 1993년 개인 디자인 스튜디오를 시작한 이후 아우디, 소니 에릭슨, 시티은행, 파비앙, 3M, 알레시 등 세계 각국의 400여 개 유수 기업들과 함께 디자인 작업을 해왔다. 국내에서도 파리바게뜨의 생수병 ‘오’, 현대카드 VVIP회원 카드, 반짝이는 초자글래스의 LG 디오스 냉장고 등 여러 기업들의 디자인 파트너를 맡았다.
실용성과 미학을 겸비한 그의 작품들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굿 디자인 어워드', '미국 IDSA산업 디자인 어워드' 등 300여 회에 걸쳐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디지털 기술과 디자인의 접목도 중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디지털의 비물질적인 세계가 우리가 살고 있는 물질세계와 어떻게 결합하는지가 내 작품의 주된 관심사"라면서 "디지털 시대는 독창적인 시도, 이전 시대에는 불가능했던 시도를 할 기회를 준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산업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대량생산을 통해 구현되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의 세계에 눈뜬 그는 누구나 디자인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어 '디자인 민주주의자'로도 불린다.
그는 좋은 디자이너 조건을 묻는 질문에 ▲독창적인 시도를 할 것 ▲사는 시대에 맞는 것을 디자인할 것 ▲작품·제품을 통해 인간 경험을 향상할 것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 것이라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30일부터 10월7일까지 예술의전당 내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카림 라시드전-디자인 유어셀프(Design Your Self)'는 작가 인생 30년을 돌아보는 회고전인 동시에 아시아에서 열리는 첫 대규모 전시다. 작가가 직접 전시장을 디자인했으며 뉴욕 스튜디오에서 소장하고 있는 디자인 스케치 원본과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조형물, 가구, 오브제, 미디어 작품까지 35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