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산업 위기가 장기화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중국 정부의 한국관광 금지 조치가 해제될 것이란 기대감이 잠시 있었으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한중 갈등 국면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사드 보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3월 이후 급감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월과 2월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56만여 명, 59만여 명으로 50만 명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3월 36만782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4월에는 22만7811만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초 대비 59.7%, 작년 같은 기간보다 66.6% 급감한 수치다.
여기에 1~3월 15만여 명에서 27만여 명까지 증가 추세에 있던 일본인 관광객도 4월 16만여 명으로 감소했다. 북한 도발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일본 언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보도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동남아 관광객이 올해 초 30만여 명에서 4월 41만여 명으로 증가한 점은 고무적이나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이 줄면서 올해 들어 4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479만1314명으로 전년 대비 5.4% 감소했다. 4월 한 달만 보면 26.8% 줄었다.
아직 집계치가 나오지 않은 5월 현황도 3~4월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어졌던 중국의 노동절 연휴 기간 중국인 여행객들은 자국 여행지를 찾는 수요가 증가한 반면 한국을 찾은 이는 예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노동절 기간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만6055명으로 작년 노동절 당시 7만1472명에 비해 64%나 급감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이들을 상대로 단체 패키지 관광을 하던 업체(인바운드)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중국인 관광객 중 개별 여행객은 60%가량이며 나머지 40%가 단체 여행객이다. 개별 여행객 중에서도 절반 정도는 여행사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여행사를 통해 한국에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은 60~70%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추세가 지속하면 중국인 관광객이 연간 400만 명가량 줄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20% 이상이 증발한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2015년 기준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쓰고 간 돈만 15조 원, 직·간접적인 생산유발 효과까지 더하면 27조6000여억 원에 달해 이번 사태로 국내 관광 산업 전반에 미칠 충격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4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떨어뜨리고 고용을 2만5000명가량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중국인 관광객을 국내로 유치하는 인바운드 여행사는 161개로 영세한 중소기업이 대부분이어서 이번 사태로 인해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처했다. 한 인바운드 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장기 휴업 상태로 피해 규모를 추정조차 하기 어렵다”며 “중국 당국의 전향적인 조치를 기다리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