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수산시장, 2년간 이어지는 싸움 그들은 왜…

입력 2017-07-03 12:09 수정 2017-07-0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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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대로 설계 바꾼 신시장 인정 못 해” vs “구시장 상인들이 불법점거”…서울시는 불구경

▲지난달 30일 오후 6시께 구(舊) 노량진 수산시장 남쪽에서 전등을 켜는 문제로 수협측과 구시장 상인들이 맞서며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6시께 구(舊) 노량진 수산시장 남쪽에서 전등을 켜는 문제로 수협측과 구시장 상인들이 맞서며 다툼을 벌이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신(新) 시장 건물이 완공된 지 2년이 다 됐는데도, 구(舊) 시장 상인과 이전을 추진하는 수산업협동조합(수협) 측의 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3일 수협과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단체에 따르면 구 시장 상인의 3분의 1은 2015년 8월 완공된 신 시장 건물로의 이전을 거부한 채 아직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수협과 구 시장 상인 간의 다툼은 거의 매일 발생하고 있으며, 갈등은 오히려 심화하는 양상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갈등은 신 시장 건물이 완공된 2015년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인들과 협의한 설계안과 다르게 지어진 신 시장 건물로의 이전을 일부 상인들이 거부하며 구 시장에 잔류를 선언한 이후, 수협과 구 시장 상인들 간의 첨예한 대립이 시작됐다. 현재 신 시장 건물에는 전체 680개 점포 중 3분의 2가 안 되는 410여 점포만 입점해있다. 나머지 입점해야 할 270여 점포는 구 시장 건물에 남아 2년째 수협 측과 몸싸움을 일삼으면서 아직 손님을 받고 있다.

기자가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은 지난달 30일 오후 4시 30분께에도 구 시장 북쪽에선 상인들이 내건 ‘시장사수’, ‘수협규탄’, ‘용역해체’ 등의 문구가 적힌 깃발을 둘러싸고 수협 측과 구 상인들간의 다툼이 벌어졌다. 또 이날 오후 6시엔 시장 남쪽에서 전등을 켜는 일로 수협에서 고용한 사설경비업체 소속 직원과 상인들 간 마찰이 빚어졌다.

구 시장 상인들은 “매일 이런 식이다. 하루에도 두세번씩 열댓명의 직원들이 와서 위압감을 주고 있어 살 수가 없다”며 “수협은 몇몇 용역업체 직원들을 아예 계약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수협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수협 측은 구 시장 상인들이 사유지를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구 시장 부지의 소유권은 수협 산하 법인인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 시장 상인들은 “수협 측이 구 시장 1층 면적을 그대로 신 시장에 수평이동시켜주겠다는 기존 협의를 어겼다”며 “1층에서 하던 장사를 2~3층으로 옮기라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구 시장 상인이 참여하는 노량진수산시장공공출자법인을 설립하고, 구 시장 건물을 리모델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갈등 중재의 책임이 있는 서울시의 수수방관도 갈등 심화에 한몫하고 있다. 도매시장인 노량진수산시장의 관리·감독권한은 현행법상 도매시장 개설권자로 명시된 지방자치단체인 서울특별시에 있다.

하지만 서울시 측은 “도매시장의 개설권자가 서울시인 것은 맞지만, 이는 시장의 도매인에 대한 관리 권한을 말하는 것이고 소매상에 해당하는 시장 판매상에게는 영향력을 끼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더군다나 법적인 의미의 노량진수산시장의 지위는 현재 신 시장 측에 귀속됐기 때문에 구 시장에 대해선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세 상공인인 구 시장 상인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관점의 중재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방안은 없다”고 답했다.

구 시장 상인들은 갈등이 장기화하자 시민과의 연대운동을 벌이기 위해 재야인사 백기완 씨를 상임고문으로 추대해 ‘노량진수산시장살리기 시민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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