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에게 당하는 집 주인 많다

입력 2017-07-03 12:15 수정 2017-07-0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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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안 내고 버티면 주인만 '골탕'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대개 일반 대중의 시각은 약자에게 동정표를 던진다.

‘갑’보다 ‘을’의 위치에 있는 쪽 편을 든다는 소리다.

내실은 ‘을’이 더 있는데도 그런 것은 드러나지 않는다.

정부가 만든 규정도 ‘을’을 더 보호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진다.

주택임대차보호법도 마찬가지다. 세입자에게 유리하도록 구성돼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온다.

임대료를 마음대로 인상할 수 없도록 통제하겠다는 의도다.

집 주인들이 터무니없이 전·월세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게 도입의 배경인 듯하다.

수요자는 많고 전셋집이 부족하면 전세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공급이 달리면 세입자는 안달이 난다. 돈을 올려줄 테니 본인과 계약을 해달라고 사정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입주 물량이 넘쳐나면 전세 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흘러간다. 전세가격은 폭락하고 세입자는 집을 골라잡는다.

그래도 법의 잣대는 세입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운다.

그런 와중에 고약한 세입자가 적지 않다.

세입자 때문에 골머리를 썩히는 집 주인이 부지기수라는 소리다.

한 지인의 사연이다.

이 사람은 서울 강서구에 있는 주택을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00만원에 세 놓아 여기서 나오는 돈으로 은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세입자가 몇 년째 월세를 내지 않는다는 거다. 이사 온 뒤 몇 달은 월세를 내다가 그 다음부터는 아예 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없이 독촉을 해 봤지만 빨리 납부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해도 차일피일 미룬 게 3년째다.

명도소송을 통해 세입자를 내 보내려고 했지만 못 받은 임대료가 아까워 머뭇거렸다. 이 돈을 떼일 것 같아 법적 대응을 미루다가 시간을 허비했다.

주변에서는 왜 소송을 넣지 않느냐고 야단이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일이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도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게다가 세입자가 금방 미납분을 완납하겠다고 하는데 굳이 돈 들여가면서 명도 소송을 벌일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했다는 거다.

밀린 월세에 대해 공증법률사무소에서 집행력을 갖춘 금전대차계약서를 작성했지만 막상 집행하려고 해도 상대방이 돈이 없으면 어쩔 수가 없다.

소송을 통해 가재도구에 압류 딱지를 붙인 들 “배 째”하고 나오면 그만이다. 압류물건을 경매에 넘긴들 비용도 안 된다.

세입자들의 임대료 체납은 흔한 일이다. 일시적으로 돈이 없어 한 두달 밀리는 거라면 양질이다. 아예 안 내겠다고 나오면 골치 아파진다.

집 한 두채 임대를 놓다 보면 이런 스트레스를 맞닥뜨리는 것은 기본이다.

온갖 종류의 집 수리 요구는 양반이다. 공짜로 살겠다고 덤비면 집 주인은 사정을 하는 ‘을’의 신세로 전락한다.

이런 일을 도맡아 하는 임대관리업체가 생겼지만 돈이 없는 세입자를 만나면 별 도리가 없다.

월세 몇 푼 받아서 임대관리 수수료만 꼬박꼬박 물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임대사업의 채산성이 떨어져 경우에 따라서는 손해를 보기도 한다.

주택뿐만 아니다. 대표적인 수익형 투자상품인 상가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임대용 부동산은 모두 해당하는 애환이다.

그런데도 관련 규정에는 집 주인의 사정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물론 임대료를 몇 달치 밀리면 주인이 세입자를 내 보낼 수 있는 법적 조항은 있으나 민사 재판 대상이라 효용성이 낮다는 얘기다.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앞서 이런 내용도 면밀히 점검해 봐야 할 것 같다.

형식상 ‘갑’의 위치에 있다고 다 강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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